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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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신용등급 강등의 여파로 국내 증시가 된서리를 맞았다. 상승세를 이어가던 반도체·2차전지주도 줄줄이 하락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투자자의 안전자산 선호 현상, 최근 증시 과열 우려 등이 복합적으로 나타난 결과라고 분석했다.

2일 코스피지수는 1.9% 하락한 2616.47에 마감했다. 미국 실리콘밸리 은행 파산 여파로 세계 증시가 급락했던 지난 3월14일(-2.56%) 이후 올해 들어 두 번째로 큰 하루 낙폭을 기록했다. 코스닥지수 역시 이날 3.18% 급락하면서 909.76에 장을 마쳤다.

전날 미국 신용등급평가사인 피치가 미국 정부의 신용등급을 기존 'AAA'에서 'AA+'로 낮추면서 기관과 외국인의 투자 심리가 악화한 영향이다. 이날 기관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6867억원, 외국인은 876억원을 각각 순매도했다. 개인은 7728억원을 순매수했다.

외국인은 현물 시장보다 선물 시장에서 더욱 큰 매도세를 보였다. 이날 하루에만 코스피200 선물을 2조2048억원 어치를 순매도했다. 전날 1조7985억원 어치를 순매수한 것과 크게 대비된다. 외국인이 코스피200 선물을 2조원 넘게 순매도한 것은 2012년 6월22일(2조201억원) 이후 처음이다.

최근 국내 증시를 이끌어오던 반도체·2차전지도 이날 기관과 외국인 매도 속에 하락세를 보였다. 이날 삼성전자는 1.69%, SK하이닉스는 4.48% 빠졌다. 한미반도체(-7.7%), 주성엔지니어링(-12.9%) 등 반도체 중소형주들은 더욱 낙폭이 컸다.

지난달 주가가 급등했던 2차전지주들도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급락세를 보였다. POSCO홀딩스는 이날 하루 5.80% 빠졌으며 에코프로비엠·에코프로도 각각 6.85%, 7.45% 급락했다. LG에너지솔루션(-2.33%), 삼성SDI(-2.99%). SK이노베이션(-3.90%)도 이날 약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미국 신용등급 강등이 투자심리 악화를 유발했지만 직접적인 증시 하락의 원인으로 보긴 어렵다고 분석했다. 최근 증시 과열 우려와 전날 발표된 7월 수출지표 부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해석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아시아 증시가 미국·유럽 대비 상대적으로 아웃퍼폼한 상황에서 미국 신용등급 강등되자 단기 차익실현의 빌미를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전균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어제 코스피지수가 연중 고점을 경신하면서 외국인이 상승 탄력을 따라잡기 위해 선물을 샀지만 오늘은 신흥국에 대한 위험회피 심리가 나타나며 대거 매도가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