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관광객으로 붐비는 서울 명동 거리. 최혁 기자
외국인 관광객으로 붐비는 서울 명동 거리. 최혁 기자
한국을 방문하는 개별 중국인 관광객이 많아지고 있지만 국내 면세업계의 회복세는 더디다. 개별 관광객은 유커(단체관광객)과 달리 객단가가 낮기 때문이다. 면세업계는 올해 하반기에도 유커의 한국 방문이 힘들 것으로 보고 새판짜기에 나서고 있다.

○중국인 입국 늘었지만 면세점 매출은 '제자리'

한국 정부가 중국인을 대상으로 비자 발급을 재개한 2월 이후 중국인 관광객 수는 꾸준히 늘고 있다. 1일 주중국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지난 6월 한국행을 위해 중국인이 비자를 발급받은 건수는 11만4109건으로, 2019년 동월(11만2170건) 수준을 회복했다. 한국관광공사 집계에 따르면 지난 2월 4만6000명이었던 중국인 관광객 수는 올해 6월 16만8000명으로 급증했다.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이후 처음으로 한국인을 찾은 외국인 비중 가운데 중국이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주요 관광지에서 중국인의 비중이 많아진 것과 달리 국내 면세업계의 매출 회복세는 더디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 6월 국내 면세점 외국인 매출액은 8543억원으로 전월(9381억원)대비 8.9% 감소했다. 전년 동월(1조3315억원)에 비해서는 35.8% 급감했다.

중국인 입국 증가가 면세업계의 실적으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는 현재 한국 입국이 가능한 중국인 개별 관광객의 쇼핑 수요가 유커에 비해 적기 때문이다. 서울 중구의 한 시내면세점 화장품 매장 직원은 "개별여행으로 방문한 중국인의 객단가는 단체여행객 객단가에 비해 3분의 1 수준"이라며 "쇼핑보다는 한국의 맛집, 카페, 관광지를 방문하는데 관심이 더 높다"고 말했다.

○동남아 관광객 노리는 면세점

중국인의 '궈차오(자국 제품을 구매하자는 중국 내 애국주의 소비현상)' 로 인해 한국 화장품에 대한 수요가 줄어든 것도 요인이다.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의 화장품 매출액은 국내 면세점의 화장품 매출액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데 최근들어 한국 화장품에 대한 중국인의 수요가 급감했다. 중국 해관총서(관세청)에 따르면 중국의 한국 화장품 수입액은 지난달까지 4개월 연속 감소세를 나타냈다.

면세업계는 중국인의 빈자리를 동남아시아 방문객으로 채우기 위해 적극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4월 베트남·태국어 안내 리플렛을 제작해 시내면세점과 공항 인도장에 비치했다. 올해 1분기 베트남, 태국, 대만 등 동남아 관광객 매출실적이 전년 대비 약 3.5배 늘었다는 점을 반영했다.

신세계면세점 역시 지난 3월부터 동남아 관광객을 위한 베트남·태국어 안내 데스크를 운영하고 있다. 신라면세점은 지난 2월 비씨카드와 협업해 한국을 방문하는 동남아 관광객을 위한 신규 모바일 결제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했다.

○"매출액 대신 영업이익"…체질개선 타이밍

주요 타깃에 변화가 생기는 등 체질개선 시기에 맞춰 면세업계는 수익성 강화에도 힘쓰고 있다. 매출액 감소를 감수하더라도 따이궁(보따리상) 유치에 들이는 알선수수료를 줄여 영업이익은 정상화하겠다는 계획이 대표적이다.

롯데·신라·신세계 등 주요 면세점 3사는 따이궁 유치를 대가로 여행사·가이드에 지급하는 수수료율을 낮추기 위해 협상을 벌이고 있다. 올해 2분기 신라면세점 실적에는 수수료율 인하에 대한 성과가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라면세점의 올해 2분기 매출액은 7081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101억원) 대비 29.9%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148억원에서 432억원으로 191.9% 늘었다.

앞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올해 초 정기 주주총회에서 "수익 구조를 내실 있게 개선해 지속가능한 경영체제를 확고히 하겠다"며 내실 경영을 강조한 바 있다. 지난해 신라면세점의 매출액은 4조3332억원으로 전년(3조3497억원) 대비 크게 늘었지만 따이궁 알선수수료 부담으로 영업이익은 1245억원에서 21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