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 "분리막도 양극재 따라가나" 더블유씨피, 미국 진출 기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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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센서스에 소폭 못미친 2분기 실적에도 목표가 ‘줄상향’
삼성SDI향 대규모 수주 MOU 계기로 생산능력‧판로 확대 전망
 더블유씨피 공장 설비에서 분리막이 생산되는 모습. /사진=한경DB
더블유씨피 공장 설비에서 분리막이 생산되는 모습. /사진=한경DB
주식시장에서 2차전지 섹터의 상승세가 무섭습니다. 주로 양극재 관련 종목이 섹터의 상승세를 주도했고, 거품 논란이 나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거품 우려를 제기하는 이들도 2차전지 산업의 성장 가능성은 의심하지 않습니다. 그럼 양극재 쪽으로만 쏠렸던 시선을 주변으로 돌려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양극재를 비롯해 음극재, 전해액, 분리막이 2차전지의 4대 핵심 부품으로 꼽힙니다. 2차전지 산업이 확대되면 양극재뿐만 아니라 나머지 핵심 부품들도 많이 필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 종목 집중탐구에서는 분리막 관련 종목인 더블유씨피를 다뤄보겠습니다. 분리막 분야에서는 SK아이이테크놀로지(SK IET)가 유명한데도 더블유씨피를 들고 나온 이유는, 삼성SDI라는 주력 고객사를 바탕으로 생산능력을 확대해나가는 중이며, 고객사 확장도 기대되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나올 모멘텀이 많다는 거죠.

무난한 2분기 실적이지만…“전기차 배터리 성장 돋보여”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일 더블유씨피는 8만340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이날 2차전지 섹터 전반적으로 조정을 받은 탓에 더블유씨피도 3.02% 하락했지만, 지난 6월에 들어선 이후 2달여 동안 55.02%가 올랐을 정도로 상승세가 가팔랐습니다. 직전 거래일인 지난달 31일에는 9.28%의 급등세를 보이기도 했고요.
[마켓PRO] "분리막도 양극재 따라가나" 더블유씨피, 미국 진출 기대감↑
지난달 31일 발표한 2분기 실적이 돋보였던 것도 아닙니다. 더블유씨피는 2분기 매출 760억원, 영업이익 167억원의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영업이익이 컨센서스(171억원)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컨센서스가 지난달 말 179억원에서 꾸준히 하향돼왔습니다.

내용을 뜯어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이안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더블유씨피의 2분기 실적에 대해 “원통형 전지에 들어가는 분리막 수요는 전반산업의 위축으로 제한적이었으나, 주요 고객(삼성SDI)의 전기차용 전지에 들어가는 분리막의 견조한 수요로 22%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직전분기와 비교하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와 4%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주식시장의 관심이 큰 전기차용 배터리 분야에서는 선전했다는 겁니다.

삼성SDI로의 대규모 수주 MOU 소식에 목표가 ‘줄상향’

더블유씨피가 내놓은 실적에 대한 리뷰(분석) 보고서를 내놓은 5개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들은 일제히 목표주가를 상향했습니다. 에프앤가이드에 집계된 더블유씨피의 목표주가 컨센서스는 실적발표 당일인 지난달 31일 9만1000원에서, 이달 1일 11만2167원으로 수직상승했습니다.

실적 발표와 함께 일본 됴코증시에 상장된 모회사 더블유스코프(W-SCOPE)가 2027년까지 삼성SDI에 40억㎡의 분리막을 공급하기로 하는 업무협약(MOU)을 맺었다고 공시한 영향입니다.

일본의 모회사가 수주할 가능성이 있는 MOU를 맺었는데 왜 더블유씨피의 목표주가가 상향됐는지 궁금한 투자자도 있을 겁니다. 이 회사의 사업보고서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습니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더블유스코프는 자금 조달을 위해 설립된 지주사로, 생산라인과 연구‧개발(R&D) 센터 등 생산 및 기술 기반은 모두 국내에 소재하고 있다고 합니다. 정용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MOU이기 때문에 일본 상장사인 더블유스코프라 내용을 공개했으나, 전기차에 들어갈 분리막 납품의 대부분은 더블유씨피가 처리할 것”이라고 추정했습니다.

더블유씨피가 앞으로 5년동안 삼성SDI에 공급할 예정이라는 분리막 40억㎡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3조5000억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올해 연간 매출액 컨센서스(3211억원)의 10배가 넘는 수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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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극적인 국내외 증설 투자 예정…신규 고객 확보도 기대돼

5년동안 공급할 물량이 현재 연간 판매액의 10배 이상이라면, 생산능력을 2배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더블유씨피는 국내 공장에 새로 구축한 일곱 번째와 여덟 번째 생산라인을 내년 상반기부터, 삼성SDI를 비롯한 배터리셀 제조업체들의 유럽 공장이 집결해 있는 헝가리에 세운 공장을 내년 하반기부터 각각 본격적으로 가동해 제품을 양산할 계획입니다.

더 관심을 끄는 건 미국에서의 설비 투자입니다. 전혜영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2027년 이후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보조금 규정에 충족하기 위해서는 북미 증설이 필수적”이라며 “추후 공급 계약을 기반한 미국 증설 발표가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덩치가 커지는 만큼 판로도 다변화될 예정입니다. 전혜영 연구원은 “신규 고객사에서의 셀 테스트는 이미 진행이 완료된 상태”라며 “하반기 벤더 등록, 라인 승인, 적용 모델에 대한 확정까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더블유씨피는 2분기 실적을 설명하는 컨퍼런스콜에서 북미 지역 투자와 관련한 유상증자를 검토하고 있지 않는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투자 재원 조달을 위해 지분가치가 희석될 가능성이 낮다는 뜻입니다.

적극적인 투자에 따른 올해 하반기 수익성 악화는 감수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창민 KB증권 연구원은 “신규 라인의 시운전 관련 비용, 신규 고객사 확보를 위한 테스트 비용, 신공법 적용을 위한 라인 개조 비용 등 납득이 가능한 일회성 비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경우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