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영화 '첫 변론' 포스터
/사진=영화 '첫 변론' 포스터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죽음과 성범죄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첫 변론'에 대한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에 참여한다.

서울시는 1일 '첫 변론'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서울남부지법에 제출한다고 밝혔다. 2차 피해를 최소화하고 피해자의 일상 회복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는 취지다.

'첫 변론'은 2021년 오마이뉴스 기자가 박 전 시장의 측근인 '서울시청 6층 사람들'을 비롯한 50여명을 인터뷰해 쓴 책 '비극의 탄생'을 원작으로 박 전 시장 지지자들의 후원을 통해 제작됐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해당 영화가 박 전 시장에게 성추행 피해를 본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라는 지적이 나왔다.

박 전 시장은 2020년 7월 9일 전 비서 성추행 혐의로 피소된 뒤 극단적 선택을 했다. 해당 사건을 6개월간 조사한 국가인권위는 2021년 1월 "피해자에 대한 박 전 시장의 성희롱이 있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박 전 시장의 부인 강난희 씨가 인권위 결정을 취소해 달라며 법원에 행정소송을 냈으나, 지난해 11월 1심에서 패소했다.

올해 5월 '첫 변론' 제작발표회 소식이 전해지자 윤희석 국민의힘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극악무도한 2차 가해를 즉각 멈춰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시민단체인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6월 30일 남부지법에 다큐멘터리 제작위원회인 '박원순을 믿는 사람들'과 영화감독 김대현 씨를 상대로 '첫 변론' 상영금지 가처분을 신청했으며 지난달 26일 첫 심문이 열렸다.

서울시도 지난달 28일 이들에게 시사회 중단과 상영 중지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고, 이번에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까지 나섰다.

서울시는 "가처분 신청의 주 당사자는 피해자이나, 서울시는 여성 폭력 기본법 제18조에 따라 2차 피해를 최소화할 법적 의무가 있는 만큼 피해자의 일상 회복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는 취지로 가처분 신청에 참여하게 됐다"는 입장이다. 법원과 국가인권위원회에 의해 사실로 드러났으며 상영 강행은 피해자에 대한 명백한 2차 가해라는 것.

2차 피해 방지에 관한 기관의 책무를 규정한 여성 폭력 방지 기본법 제18조에 따르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대책을 마련해야 하고, 2차 피해가 발생한 경우 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조처를 해야 한다. 서울시는 2차 피해 방지를 규정한 이 조항을 근거로 피해자와 법률상 이해관계가 있는 기관으로서 가처분 소송에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의 가처분 신청에는 영화의 극장 상영뿐 아니라 TV 상영과 DVD, 비디오 판매 등 제3자에 의한 복제·제작·판매·배포까지 포함됐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