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메이저대회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가 열린 31일(한국시간) 프랑스 에비앙레뱅. 이곳은 이날만큼은 알프스 산자락에 자리잡은 조용한 휴양지가 아니었다. 대회가 열린 에비앙 리조트GC(파71·6523야드)는 갤러리들로 가득 찼고 곳곳에서 프랑스 국기가 펄럭였다. 사상 첫 자국 출신 우승자의 탄생을 기대하는 열기가 뜨거웠다.

셀린 부티에(30·프랑스)는 “알레(Allez·가자)”를 외치는 갤러리들의 응원에 완벽한 경기력으로 화답하며 ‘에비앙의 여왕’으로 등극했다. 태국계 프랑스 이민자 2세인 부티에가 프랑스 여자 골프의 자존심을 세웠다.

부티에는 이날 대회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 4개, 보기 1개로 3타를 줄여 최종 합계 14언더파 270타를 치며 우승을 차지했다. 2위 브룩 헨더슨(25·캐나다)과는 6타 차이. 2015년 우승자인 리디아 고가 세운 대회 역대 최다 타수 차이 우승과 타이기록을 세웠다.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은 1994년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LET) 대회로 시작해 2013년 메이저대회로 격상됐다. 그사이 우승은커녕 준우승을 차지한 프랑스 선수도 단 한 명도 없었다.

부티에의 세계랭킹은 15위다. 그는 유독 이 대회에선 여섯 번 출전해 공동 29위가 최고 성적일 정도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첫날 66타로 선두로 치고 올라간 그는 악천후와 어려운 핀 위치로 오버파가 쏟아진 2라운드에서도 69타를 치며 선두를 지켰다. 이번 대회에서 4라운드 내내 60대 타수를 친 선수는 부티에가 유일하다.

프랑스의 자존심을 세워준 주인공이 이민자 2세라는 점도 특별했다. 최근 이민자에 대한 차별과 그에 반발하는 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는 프랑스에 이민자의 딸이 화합의 메시지를 우승 트로피와 함께 보낸 셈이다.

부티에는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반드시 우승하고 싶었다”며 “관중이 대회 내내 보여준 엄청난 응원과 에너지가 힘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더 많은 프랑스 선수가 탄생해 같은 무대에서 뛸 수 있도록 영감을 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한국 선수 중에서는 김아림이 7언더파 277타, 공동 3위로 가장 높은 순위에 올랐다. 지난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대상 수상자인 김수지(27)는 생애 첫 해외 도전에서 공동 9위에 오르는 성과를 거뒀다. KLPGA투어 최강자 박민지(25), 세계랭킹 1위 고진영(27)은 공동 20위로 대회를 마쳤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