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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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마 명품 쇼핑 시대'가 저물고 있다. 세계 2대 시장인 미국과 중국의 소비자가 팬데믹 이후 보복 소비를 멈추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명품 브랜드의 실적에서도 이런 흐름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3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팬데믹 시대 늘어난 저축과 정부의 부양책으로 이례적으로 성장했던 명품 시장의 붐이 끝나가고 있다"며 "경제가 둔화하면서 소비자들이 더욱 까다로워졌다"고 분석했다.

미국과 중국은 팬데믹 시대 명품 브랜드의 가장 큰손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이미 성장 둔화가 감지되고 있다.

럭셔리 전자상거래 플랫폼 마이테레사의 최고경영자(CEO)인 마이클 클리거는 "사람들은 팬데믹에서 벗어나 완전히 제정신이 아니었다(bonkers)"며 "완전히 미쳤던(crazy) 당시와 비교해서 미국의 명품 시장은 둔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까르띠에, 반클리프아펠, IWC, 몽블랑 등 명품 브랜드를 보유한 리치몬트그룹은 2분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 늘었지만, 미국 내 매출은 2% 줄었다.



LVMH는 2분기 미국 시장 판매세가 소폭 후퇴하면서 올 상반기 미국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3%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상반기 24%에 달했던 성장세가 대폭 꺾인 것이다. LVMH는 루이비통, 크리스찬디올, 티파니 등 75개에 이르는 명품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구찌와 발렌시아가 등 유명 브랜드를 소유한 케링의 경우 올해 2분기 북미지역에서의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23%나 감소했다. 버버리와 프라다도 북미지역 매출이 각각 8%와 6% 줄었다.

중국 시장이 그나마 명품 브랜드를 지탱하고 있지만, 이 역시 오래가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중국의 리오프닝 이후 소비가 기대만큼 살아나지 않고 있어서다.

장 자크 귀오니 LVMH 최고재무책임자(CFO) "세계적인 분위기는 2021년과 2022년에 본 것과 같은 보복 구매가 아니다"며 "우리는 정상화에 대해 더 많이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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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흐름은 명품 브랜드의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리지몬드그룹 주가는 2분기 실적이 발표된 후 고꾸라졌고 지난주에만 9% 하락했다. 유럽 최대 상장사인 LVMH 역시 주가가 4% 떨어졌다.

번스타인의 루카 솔카 애널리스트는 "투자자들은 명품 소비가 정상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예상한다"며 "리치몬드 그룹처럼 약간의 난기류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지만 경기침체가 없다면 곧 안정을 찾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인앤드컴퍼니와 이탈리아 명품 제조협회 알타감마는 최근 보고서에서 지난해 명품 시장이 전년보다 약 20% 성장한 3450억유로로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중국의 경기 회복 둔화가 영향을 준다면 올해 성장률은 5~8%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만약 견조한 성장이 지속된다고 해도 전년 대비 성장률은 9~12%로 둔화할 전망이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