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페인트는 지난해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와 함께 개최한 오픈브릿지 행사에서 카다놀 원천기술을 보유한 케미폴리오 등의 스타트업을 발굴해 POC(개념실증)를 진행하는 등 성과를 냈다.  /조광페인트 제공
조광페인트는 지난해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와 함께 개최한 오픈브릿지 행사에서 카다놀 원천기술을 보유한 케미폴리오 등의 스타트업을 발굴해 POC(개념실증)를 진행하는 등 성과를 냈다. /조광페인트 제공
부산 향토기업 조광페인트가 종합 화학회사로 도약하기 위해 신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스타트업들과 협업을 강화해 2차전지와 반도체용 정밀화학소재 등 다양한 첨단산업에서 쓰이는 기술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성숙기에 접어든 도료사업을 보완해줄 또 다른 성장엔진을 달게 될지 주목된다.

조광페인트는 오는 31일 경기 군포시 연구개발센터에서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와 함께 ‘프라이빗 밋-업(Private meet-up)’ 행사를 연다. 기능성 코팅 소재, 점·접착제, 전기·전자(2차전지·반도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솔루션 등과 관련한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여는 행사다.

조광페인트는 지난 6년간 꾸준히 스타트업들과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다양한 스타트업을 발굴한 다음 이들의 기술이 조광페인트의 사업과 얼마나 잘 맞는지를 평가하는 ‘개념실증(Proop Of Concept)’ 전략으로 ‘옥석 고르기’를 하고 있다.

이 같은 전략은 최근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조광페인트는 개념실증을 통해 발굴한 스타트업 마젠타로보틱스와 최근 구매 조건부 계약을 체결했다. 마젠타로보틱스는 자동으로 자동차에 색을 칠하는 지능형 로봇 개발에 성공한 기업이다. 이 스타트업이 개발한 로봇은 검사와 도색, 확인에 이르기까지 수작업으로 이뤄진 차량 도색작업 대부분을 소화한다. 조광페인트는 수십 년 동안 구축한 자동차 보수용 도료 판매망을 활용해 마젠타로보틱스 제품을 공급할 계획이다.

조광페인트와 협업 중인 또 다른 스타트업 케미폴리오는 페놀을 대체할 수 있는 화학물질인 카다놀을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스타트업은 캐슈너트 껍질에서 추출한 카다놀을 다양한 화합물로 합성하고 있다. 페놀과 달리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이 전혀 발생하지 않아 선박, 탱크, 전자제품 등의 코팅 소재로 두루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광페인트는 공동투자를 통해 스타트업 창업을 지원하는 전략도 펼치고 있다. 대학교수 등과 협업해 자동차 배기가스 감량에 활용되는 백금을 대체하는 촉매를 개발하거나, 고가의 코팅 원료를 대체하는 소재 개발을 진행 중이다.

이 같은 기술 개발 전략은 조광페인트가 20여년간 이어온 기술보호 기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현재 130여 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최근엔 점·접착제, 2차전지, 전기·전자재료와 관련한 특허를 지속적으로 출원하고 있다. 이 회사가 2021년 300여억원을 들여 미국과 헝가리에 구축한 2차전지 방열 접착제 제조공장도 내년부터 가동에 들어간다.

양성아 조광페인트 대표는 “자체적으로 기술을 개발하는 시대가 지났다고 판단해 외부로 눈을 돌렸다”며 “선보엔젤파트너스, 산업은행 등과도 연계해 도료 분야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신사업을 발굴 중”이라고 말했다.

부산=민건태 기자 mink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