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아이폰 써요?"…'애플빠' 기자의 '갤럭시 언팩' 체험기 [김익환의 컴퍼니워치]
"김 기자, 아직도 아이폰 써요? 바꿀거죠? 허허."

삼성전자를 출입하다 보면 종종 듣는 이야기다. 그때마다 어색한 웃음을 짓고, 아이폰을 바지 주머니 깊숙이 넣는다. 기자는 2010년 아이폰을 사용한 뒤부터 14년차 '앱등이(애플 제품 충성고객을 뜻하는 은어)'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사진=삼성전자 제공
지난 26일 오후 8시. '삼성 갤럭시 언팩 2023'에도 아이폰12를 들고 참석했다. 2000여명이 몰린 행사장은 안팎 어디든 붐볐다.

행사장 한켠에 겨우 자리 잡은 기자 양옆엔 일본 기자, 앞에는 인도네시아 기자, 뒷줄에는 태국 기자들이 착석했다. 태국 기자 몇몇이 삼성전자 '갤럭시Z 플립4'를 썼다. 인도네시아 기자들이 맞은 편에 앉은 BTS멤버 슈가와 아이브 장원영, 트와이스 정연 등을 갤럭시 S 시리즈의 줌 기능을 활용해 사진을 촬영했다.

전세계 협력사들도 한켠에 자리 잡았다. 짙은 화장을 한채 형광색 원피스를 입은 여성과 전신을 문신으로 두른 남자 등 해외 인플루언서들도 눈길을 잡았다. 기자단과 협력사들은 40여개국에서 몰려들었다. 삼성이 전세계에 얼마나 깊숙이 진출했고 뿌리깊은 공급망을 구축했는지 실감이 됐다.

몇달 전부터 유출 이미지가 나온 Z플립5 실물이 눈길을 끌었다. 한 손에 움켜쥐자 편안한 그립감이 전달됐다. 바지 뒷주머니에도 걸리지 않고 들어갔다. 접었을 때 두께는 1.5㎝. 셔츠 윗주머니에 넣어도 불룩하게 튀어나오지 않았다.

접힌 폰 반쪽면은 디스플레이 화면으로 가득찼다. 화면 크기는 대각선 길이가 8.61㎝로 전작(4.8㎝)의 두 배가량으로 커졌다. 플립 5를 손 위에 올려 놓으니 반으로 접힌 외부(커버) 화면이 눈에 띄었다.
"아직 아이폰 써요?"…'애플빠' 기자의 '갤럭시 언팩' 체험기 [김익환의 컴퍼니워치]
오른손으로 플립 5를 쥔 채 엄지손가락으로 화면을 당기면 카메라, 날씨, 주가, 카메라 기능으로 이동하는 등 직관적으로 사용이 가능했다.

아이폰은 갤럭시보다 직관적 사용감과 콤팩트한 이미지를 갖췄다는 평가를 많이 받았다. 하지만 플립5는 이 같은 아이폰의 강점을 위협할 만큼 디자인이 깔끔하고 매끄러웠다. 겉면이 화면으로 가득차 있는 만큼 군더더기 없이 떨어졌고, 직관적 사용법도 눈길을 끈다. 하지만 터치 속도와 유연성 등은 애플보다는 다소 뻑뻑했다. 아이폰 사용자가 플립5를 쓰면 반응 속도가 다소 더디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폰을 90도, 120도로 펴도 이음새에 주름은커녕 매끄럽게 화면이 연결됐다. 외부 화면에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띄운 키보드 문자도 선명하고 문자 간 간격도 여유가 있었다. 메시지를 보내는 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

플립5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된 배터리도 다소 개선됐다. 용량은 3700㎃h로 전작과 같지만 ‘스마트폰의 두뇌’로 통하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로 스냅드래곤8 2세대를 탑재하면서 전력 효율이 향상됐다. 이 AP의 전력 소모량은 전작보다 40~45%가량 줄었다. 다만 가격은 올랐다. 플립5 가격(256GB 제품 기준)은 139만9200원으로 전작보다 4만원가량 비싸졌다. 앱등이 기자의 고민이 늘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