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직후부터 71년간 한국에서 신도들을 이끈 프랑스 출신 두봉 레나도 주교의 장례 미사가 14일 경북 안동 천주교 안동교구 주교좌 목성동성당에서 열렸다. 1929년 프랑스 오를레앙시에서 태어난 두봉 주교는 1954년 한국으로 파견돼 약자들을 위해 일평생을 헌신해왔다. 지난 10일 향년 96세의 나이로 선종했다. 뉴스1
플래너리 오코너(1925~1964·사진)는 20세기 미국 소설에서 가장 독창적이고 도발적이며 강력한 목소리를 낸 작가 중 한 명이다. 특히 단편 작품들이 높은 평가를 받아 미국을 비롯한 각국 대학의 영문학 커리큘럼에서 다뤄지고 있다.오코너는 스물다섯 살 때 루푸스병이 발병해 자신이 얼마 못 살 것임을 알았지만 이후 12년 동안 장편소설 2편과 단편소설 32편을 쓰며 미국 문학사에 뚜렷한 자취를 남겼다. 자신의 특수한 정체성을 작품에 녹여냈고, 예술과 종교를 연결하는 대담한 시도를 했다.가톨릭 작가로 한정되길 거부하며 자신의 종교적 비전과 믿음을 인류 전체의 메시지로 승화했다. 인간 실존의 모순과 부조리, 허위와 위선을 해학적 언어로 그려내 극적인 재미를 선사했을 뿐 아니라 등장인물과 독자에게 강렬한 구원의 순간을 체험하게 했다.첫 장편소설 <현명한 피>는 ‘남부 고딕’ 장르를 정의하는 미국 소설 중 하나다. <플래너리 오코너: 오르는 것은 모두 한데 모인다 외 30편> 등이 국내 출간됐다.설지연 기자
현실의 고통을 잊기 위해 파우스트는 마녀들의 축제가 벌어지는 브로켄산으로 향한다. 중세 여신들과 마녀들이 뒤엉켜 난교하는 혼돈의 의식 속에서 파우스트는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한 죄의식 그리고 이성과 욕망 사이에서 고뇌한다.괴테의 희곡을 바탕으로 각색한 샤를 구노의 오페라 ‘파우스트’는 ‘악마는 우리 주변 어디에나 존재할 수 있다’는 경고를 전한다. 서울시오페라단은 지난 10일부터 13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파우스트를 오페라에 연극을 접목한 ‘오플레이’ 무대로 선보였다.막이 오르고 늙은 파우스트 역의 배우 정동환이 가슴을 찌르는 듯한 목소리로 인생의 덧없음을 토해낸다. 문학과 철학, 의학과 연금술까지 두루 섭렵한 파우스트의 복잡한 내면이 노련한 배우의 밀도 높은 연기를 통해 펼쳐지자 객석에서는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뒤이어 나올 성악가가 정동환과 비교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잠시, 이후 장면들은 기대를 뛰어넘었다.이번 공연에서 가장 압도적인 존재감을 발휘한 인물은 A팀의 메피스토펠레스 역을 맡은 베이스바리톤 사무엘 윤이다. 간사한 유혹자부터 파멸을 이끄는 냉혹한 악마까지, 3시간의 오페라 내내 다채로운 표정과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역할을 소화했다. 2011년 국립오페라단의 파우스트에서 메피스토펠레스 역을 맡은 미국 출신의 베이스 사무엘 레미와 비교해도 빠짐이 없었다. 사무엘 윤은 오플레이를 표방한 이번 무대에서 연기와 가창 모두 진가를 발휘했다.11일 B팀 공연에서 발랑탱 역의 바리톤 김기훈과 12일 A팀 공연의 마르그리트를 노래한 소프라노 손지혜도 인상 깊은 무대를 선보인 성악가다. 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