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정과 신비
[신간] 우리는 밤과 화해하기 원한다
▲ 우리는 밤과 화해하기 원한다 = 엘제 라스커 쉴러 지음. 배수아 옮김.
"밤에 네가 온다면―우리 빈틈없이 얽힌 채 함께 잠들자 / (중략) 두 마리 희귀한 동물처럼 우리, 사랑으로 안식하자 / 이 세계 뒤편의, 드높은 갈대숲 속에서."(시 '밤에 네가 온다면'에서)
20세기 독일 문학에서 표현주의 운동의 주역이었던 유대계 여성 시인 엘제 라스커 쉴러(1869~1945)의 시선집이다.

관능과 격정이 어우러진 사랑의 가치, 사람을 구원하는 사랑에 대한 믿음을 노래한 시 51편이 수록됐다.

1932년 나치즘의 광풍이 불어닥치기 시작한 독일에서 당시 가장 중요한 문학상이었던 클라이스트상을 수상한 라스커 쉴러는 그러나 베를린 대로에서 나치 무리에게 무참히 구타당한 뒤 독일을 떠난다.

1934년 팔레스타인에 정착했지만 가난과 고독으로 방랑하며 힘겨운 삶을 살다가 1945년 예루살렘에서 생을 마감한다.

그의 마지막 시집 '나의 푸른 피아노'(1943)의 표제시엔 역사상 가장 어두웠던 시기를 살아냈던 시인의 절망이 담겼다.

"나는 푸른 피아노를 갖고 있네 / 하지만 악보를 읽을 수 없지 / (중략) 건반은 부서지고… / 나는 푸른 죽음을 우네."
소설가 배수아가 우리말로 옮겨놓은 시어들은 무심한 듯 덤덤하게 가슴을 파고든다.

그는 라스커 쉴러의 시들에 대해 "피와 생명의 심장으로 쓰는 사랑의 축제이기도 했다"면서 "그는 다른 곳이 아닌 시의 대문에 자신의 심장을 걸어두었다"고 했다.

아티초크. 174쪽.
[신간] 우리는 밤과 화해하기 원한다
▲ 격정과 신비 = 르네 샤르 지음. 심재중 옮김.
20세기 프랑스 현대시를 대표하는 시인 르네 샤르(1907~1988)의 대표작이다.

1930~40년대 2차 세계대전 전후의 시대 상황에서 써 내려간 80여 편의 시들은 레지스탕스 요원이자 청년 시인으로 당대를 살아냈던 샤르의 치열한 10여 년을 보여준다.

"이 미친 감옥 같은 세상에서 절대로 부식하지 않는 마음을 지닌 강이여, / 우리를 항상 격렬하게, 지평선 위를 나는 꿀벌들의 친구로 남게 해 다오."('소르그강'에서)
을유문화사. 320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