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공항 CIQ 중 해외 입국자들이 거치는 첫번째 관문 '검역'
"해외여행시 위생 철저히…몸 이상 있다면 검역관에게 꼭 말해야"

[※ 편집자 주 = '공항'은 여행에 대한 설렘과 기대로 충만한 공간입니다.

그중에서도 제주공항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그 의미가 각별합니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을 지나 엔데믹(endemic·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으로 이어지는 이 시대에도 '쉼'과 '재충전'을 위해 누구나 찾고 싶어 하는 제주의 관문이기 때문입니다.

연간 약 3천만 명이 이용하는 제주공항. 그곳에는 공항 이용객들의 안전과 만족, 행복을 위해 제 일을 묵묵히 수행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비록 눈에 잘 띄진 않지만, 소금과 같은 역할을 하며 제주공항을 움직이는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 이야기와 공항 이야기를 2주에 한 차례씩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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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공항 사람들] (23)"자칫 영화 속 일이 현실로"…감염병 차단 최일선 검역
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할 때 반드시 거쳐야 하는 게 'CIQ' 기관이다.

CIQ는 세관(Customs)·출입국관리(Immigration)·검역(Quarantine)의 영문 머리글자를 조합한 명칭이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대유행하면서 이 중에서도 공항 등 최일선에서 감염병의 국내 유입을 차단하는 '검역'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제주국제공항에는 질병관리청 소속 국립제주검역소 근무자들이 있다.

◇ "CIQ 첫 관문 검역…중요성 날로 커져"
"CIQ 중 해외 입국자들이 거치는 첫번째 관문이 바로 검역입니다.

"
지난 13일 제주공항에서 만난 국립제주검역소 박성순 검역팀장은 "항공기 또는 선박 승객을 대상으로 검역을 실시하고 있다"며 "승객 중 발열 등 증상자가 있거나 이상 있는 승객이 있다면 바로 조처를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제주공항 사람들] (23)"자칫 영화 속 일이 현실로"…감염병 차단 최일선 검역
검역은 한자로 '檢疫'(검역), 영어로는 'Quarantine'(쿼런틴)이다.

한자를 풀이하면 말 그대로 '돌림병을 검사한다'는 의미다.

영어로는 그 어원을 이해해야 하는데, 이탈리아어 'quaranta'(40)와 'giorni'(날들)이라는 말이 결합한 'Quarantagiorni'(40일)에서 유래한 것으로 본다.

14세기 유럽 전체 인구의 3분의 1가량의 목숨을 앗아간 흑사병(페스트)이 유행할 당시 베네치아 의회가 외부에서 입항하는 선박과 선원들을 40일 동안 격리한 뒤 감염병에 걸리지 않았음이 인정된 뒤에야 항구로 들어올 수 있도록 한 일에서 유래했다.

당시 40일의 격리기간은 곧 감염병의 유입을 막는 최소한의 조치였다.

오늘날 마찬가지로 다른 나라에서 발생한 감염병이 국내로 들어와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공항과 항만 등 최일선에서 이뤄지는 조치가 바로 '검역'이다.

입국할 때 거치는 CIQ 기관 중 이니셜로는 알파벳 순서에 따라 3번째다.

[제주공항 사람들] (23)"자칫 영화 속 일이 현실로"…감염병 차단 최일선 검역
하지만 입국자들이 가장 먼저 거쳐야 하는 절차로 그 중요성에 있어선 첫번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는 세계를 다시 14세기 유럽의 상황으로 시간을 거꾸로 돌려놨다.

공항에서 일하는 사람 중에는 코로나19 이후 검역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CIQ'가 아닌 'QIC'로 순서를 바꿔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질병관리청 소속 검역관들은 코로나19 기간 누구보다도 매우 힘든 나날을 보냈다.

지난 2020년 초 발생한 코로나19로 인해 제주국제공항 국제선 운항이 전면 중단됐고, 대신 인천국제공항으로 검역이 일원화되자 제주검역소 검역관 역시 인천공항으로 파견돼 검역 지원 업무를 했다.

박 팀장은 "당시 유럽 등지에서 유학생들이 굉장히 많이 들어왔다.

한 비행기에 200여명이 타면 50여명 정도가 발열 등 증상을 보여 역학조사를 해야 했다"며 "24시간 교대로 근무를 하는 과정에서 바쁠 때는 화장실 갈 시간도 없었다"고 회상했다.

권남혁 검역관은 "경찰, 군인, 자원봉사자 등 여러 유관기관 등에서 지원나와 바쁘고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체계적으로 검역이 잘 이뤄진 것 같다"며 "당시 모두가 고생한 덕분"이라고 말했다.

[제주공항 사람들] (23)"자칫 영화 속 일이 현실로"…감염병 차단 최일선 검역
◇ "감염병 의심된다면 반드시 검역관에게 통보"
제주국제공항 국제선 운항이 차츰 재개되면서 제주검역소도 다시 예전처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해외에서 제주공항으로 들어오는 항공기가 전혀 없다가 하루 5∼6대, 하루 10∼15대 등으로 점차 늘어나고 있다.

하루 35대가량 들어오던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완전히 돌아가진 못했지만, 계속해서 회복 추세에 있다.

제주공항에서는 해외 입국자에 대해 1차로 열화상카메라를 통해 발열자를 찾아내고, 2차로 승객이 작성하는 '건강상태질문서' 혹은 '검역정보사전입력시스템'(Q코드)을 통해 국외 감염병 유입을 차단하고 있다.

발열자 등 유증상자에 대해서는 따로 분류해 접촉식 체온계로 정확히 체크하고 역학조사를 실시해 감염병 여부를 확인한다.

[제주공항 사람들] (23)"자칫 영화 속 일이 현실로"…감염병 차단 최일선 검역
또 감염병 의심 환자가 이용한 항공사 등에도 연락을 취해 해당 항공기 소독명령과 이동금지를 내려 소독완료 통보서를 받고 나서야 이동금지 명령을 해제한다.

검역관들이 예의주시하는 검역 대상 감염병은 얼마나 될까.

현재 수많은 감염병 중에서 검역 감염병은 총 11종이다.

콜레라,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SARS), 황열, 페스트,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동물인플루엔자 인체감염증(AI), 에볼라바이러스, 신종인플루엔자, 폴리오, 코로나19, 엠폭스(원숭이두창) 등이다.

정부는 앞으로 검역 대상 감염병을 더욱 늘리고, 공항만 감시와 격리를 강화하는 등 더 촘촘한 검역망 구축하겠다는 복안을 세우고 있다.

검역관들은 이러한 촘촘한 검역망도 중요하지만, 여행객 스스로가 개인위생을 철저하게 지키고 건강 상태를 스스로 체크하는 습관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박성순 검역팀장은 "사람들은 평소 '검역'에 대해 그냥 무심코 지나치곤 한다.

하지만 막상 감염병이 터지고 급격히 확산하면 그제야 뒤늦게 '검역'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고 말했다.

[제주공항 사람들] (23)"자칫 영화 속 일이 현실로"…감염병 차단 최일선 검역
박 팀장은 "단 한명이라도 혹시 모를 감염병에 걸려 국내로 들어온다면 걷잡을 수 없이 문제가 커질 수 있다"며 "자칫 영화에서나 벌어질 법한 일이 현실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권남혁 검역관은 "'검역'이라는 것은 저희와 같은 검역관이 하는 것이 아니라 해외 입국자들 스스로가 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메르스, 엠폭스 등도 검역감염병으로 지정해 차단하더라도 결국엔 잠복기에 있는 사람을 거르지 못하고 국내에 들어왔다"며 "해외 입국자들 스스로가 자신이 혹시나 감염병에 걸리지 않았을까 몸 상태를 살펴보고 검역관에게 많은 정보를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가족, 지인에게로 옮기게 돼 주변 사람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재차 "여름 휴가철이다.

해외여행을 할 때 감염병에 유의하고 손 씻기 등 위생 상태를 철저히 하고, 입국 전 몸의 이상이나 발진·발열 등 감염병 질환이 의심된다면 반드시 검역관에게 말씀해달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