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 금지 방침 위반"…당내서도 논란

독일에서 극우정당이 역대 최고 지지율을 경신하고 있는 가운데,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가 소속된 독일 최대야당 기독민주당(CDU·기민당) 대표가 이 정당과 기초지방자치단체 수준에서 협력할 수 있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중도우파 성향의 기민당을 포함한 독일 정당들은 극우정당의 연방·주의회 진출에도 이들과 연립정부 구성 등 협력을 금기로 삼고 있다.

독일 제1야당 대표 "극우 AfD와 기초지자체 수준 협력 가능"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기민당 대표는 23일(현지시간) 독일 ZDF방송과 한 하계 인터뷰에서 극우성향의 독일을 위한 대안(AfD) 소속 후보가 튀링엔주 존넨베르크에서 기초지자체장으로 뽑힌 것과 관련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당연히 그러면 기초지자체 의회 차원에서 해당 시 내지 기초지자체 정부를 어떻게 꾸릴 지 길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AfD와의 경계를 의미하는 '방화벽'을 포기하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나는 이를 포기하지 않았다"고 일축하면서도 "하지만, 우리는 민주주의적 선거 결과를 인정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AfD와의 협력금지는 연방의회나 주의회 또는 유럽의회 차원의 연합에 해당한다고 강조하면서, 이런 노선을 어길 경우 당에서 여전히 제명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기초지자체 수준에서 협력은 이에서 제외된다고 말했다.

기민당의 반복된 결의에 따르면 AfD와 직간접적인 협력은 있을 수 없다.

기민당 내부에서 이는 기초지자체에도 해당하는 것으로 이해돼 왔다.

이런 발언에 대해 다른 정당은 물론, 기민당 내부에서도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디르크 비제 독일 집권 사회민주당(SPD) 원내부대표는 "동독주의회 선거를 1년 앞두고 극우에 대항한 기민당의 방화벽의 근본을 흔드는 야당 대표의 발언은 충격적"이라며 "이는 이미 극우정당과 협력에 눈독을 들이던 동독지역 기민당 인사들에게 무임승차 허용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제1야당 대표 "극우 AfD와 기초지자체 수준 협력 가능"
기민당 소속인 카이 베그너 독일 베를린시장은 24일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AfD는 반대와 분열밖에 모른다.

그런데 어디에 협력이 있을 수 있는 건가?"라고 반문하면서 "기민당은 사업모델이 증오와 분열, 배제인 정당과 함께 일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앞서 독일 빌트암존탁이 여론조사기관 인사에 의뢰해 벌인 정당 지지율 조사 결과, AfD는 22%로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전체 정당 중 지지율 1위로 26%를 기록 중인 기민·기독사회당(CSU) 연합과는 불과 4%포인트 차이다.

가입자가 3만여명에 달하는 AfD는 2013년 반유럽연합(EU)을 내걸고 창당된 극우성향 정당으로, 반난민과 반이슬람을 내세워 2017년 총선에서 처음으로 연방하원에 당선됐다.

앞서 독일 헌법수호청은 2021년 3월 AfD에 대해 극우주의 혐의로 첩보활동을 허용했다.

독일 행정법원은 지난해 3월 이 결정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