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판 조회 기반의 인재 검증 플랫폼 스펙터를 창업한 윤경욱 대표는 기업들이 인재를 채용하는 데 있어 평판을 검증하는 과정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합니다. 이를 통해 '기업과 팀이 원하는 인재인가, 회사 문화와 잘 맞는 지원자인가' 등을 알 수 있다는 것이죠. 윤 대표가 다양한 기업들의 사례를 통해 살펴본 최근 채용 트렌드에 대한 글을 한경 긱스(Geeks)에 보내왔습니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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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 패러다임이 공개 채용에서 수시 채용으로 바뀌면서 인재를 선별하는 방법에 대해 많은 기업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공개 채용은 '모든 직무를 잘할 수 있는 인재(generalist)'를 대규모로 뽑는 방식으로, 채용 경직성과 숙련도가 높아질 때까지의 시간·금전적 투자가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최근엔 경영 환경이 급변해 유연하고 효율적인 채용이 중요시되면서 '특정 직무를 가장 잘할 수 있는 전문가(specialist)'를 뽑는 수시 채용이 트렌드가 됐다.

기업들은 지원자의 스펙 외의 역량과 윤리의식 등 인성을 확인하기 위해 서류전형(경력기술서, 자기소개서, 포트폴리오)과 인터뷰(실무진 면접과 임원 면접)로 검증한다. 채용에 좀 더 공을 들이는 기업은 과제 전형을 도입하거나, 3회 이상의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한다.

이렇게 시간을 들여 채용해도 기업 입장에서는 조기 퇴사, 조직 내 부적응 등의 문제 발생으로 감당해야 할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만 연간 이직 수가 1100만 건에 달하는 '대이직 시대'인 요즘, 직장인 32%가 1년 내 퇴사를 한다. 3년 내 퇴사는 무려 68%에 달한다.

이에 따라 단순히 '지원자가 착하다, 나쁘다 또는 맞고, 틀리다'를 평가하는 것이 아닌 '기업과 팀이 원하는 인재인가, 컬처핏이 잘 맞는가' 같은 성향 파악이 더 중요해 지고 있다. 그러나 지원자의 성향은 이력서와 면접, 인적성 검사만으로는 선별해 내기 어렵다. 면접관마다 의견 차이가 있을 수 있고, 인적성 시험 점수가 우수해도 실제 입사 후에는 조직 및 직무 부적응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 기업 입장에서 어떤 방법으로 해당 기업에 맞는 성향을 가진 인재를 선발할 수 있을까. 그 중 가장 효율적인 절차가 평판 조회(레퍼런스 체크)다. 지원자가 이력서에 작성한 프로젝트를 주도적으로 했는지, 직무 역량을 보유 했는지, 팀원 또는 팀장으로서 기업과 직무에 적합한 성향을 가졌는지 등의 정보를 이전 직장 동료들의 평판을 통해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이전에는 국내에서 채용 시 평판 조회를 할 경우, 비용이 높고 시간이 오래 걸려 고위급 임원 위주로 진행돼 왔다. 그러나 최근 평판 조회에 대한 인식이 변하고 있으며, 평판 조회 적용 대상이 임원급에서 사원급까지도 확대되고 있다. 실제 기업들에서 평판 조회를 채용 과정에서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확인해 보자.

1. 기업과 팀에 필요한 인재상을 설정해 인재를 발굴해라
A 스타트업은 면접 후 진행한 한 지원자의 평판 조회에서 본인의 직무를 넘어 다른 팀 업무에도 관여를 많이 해서 마찰을 일으켰다는 코멘트를 받았다. A 스타트업은 오히려 그런 성향을 선호하는 분위기와 문화를 갖고 있는 기업이었다. 따라서 지원자가 자사에 기여할 수 있는 마음과 자세가 있고 다른 유관 부서와 적극적으로 일할 수 있는 성향이라고 판단해 채용까지 이어졌다. 이전 직장에서의 평판은 지원자의 해당 성향이 ‘개선점’이라고 했지만, A 스타트업에는 필요한 ‘인재상’이었던 것이다. A 스타트업은 해당 지원자 평판 조회 결과를 소속 팀 리더에게 공유해 온보딩(신규 직원이 조직에 적응하는 과정)에도 활용했다.

이 같은 성공적 채용의 배경에는 한 끗 차이가 있다. 바로 채용 시 기업 성장 단계에 맞춰 개별 부서에 필요한 인재상을 설정하는 것이다. 위 스타트업처럼 평소 일하는 방식과 분위기, 기업 문화, 핵심 가치가 명확하다면 이전 직장에서 받은 부정적인 평판이 반대로 꼭 필요한 성향으로 작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채용 이후 온보딩 때도 평판 조회 결과를 토대로 직원의 강점을 빠르게 파악해 기업과 팀에 잘 적응할 수 있게 돕는 데 활용할 수도 있다.
사진=스펙터
사진=스펙터
2. 평판 조회는 1차 면접 전후로 도입해 면접의 질을 높여라
B 대기업 면접관들은 한 지원자가 이력서상으로 스펙, 업무 경력은 뛰어났으나 1차 실무진 면접 결과 지나치게 소극적이라는 평을 했다. 1차 면접 이후 지원자의 평판 조회를 해보니 ‘소극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실제 업무 시에는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편이라는 일관된 평가가 있었다. 결국 최종 면접까지 진행하고, 지원자를 채용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평판을 참고해 채용한 결과, 입사 후 업무에 잘 적응해 근무하고 있다.

이처럼 이력서 검토 후 혹은 1차 면접 후에 평판 조회를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채용 초기 단계에서 평판 조회를 통해 지원자의 정성적인 정보를 확인하고 면접을 진행하면 면접의 질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업무적 성향, 커뮤니케이션 스타일, 성과를 내는 상황 등 먼저 같이 일해본 다수 동료들의 객관적인 의견을 토대로 심도 있는 질문이 가능하다. 또 평판의 정확도, 객관성은 평판 작성자가 공통적으로 많이 언급하는 정보일수록 정확해진다. 그 중 연봉과 업무 성과를 직접적으로 관리했던 인사권자가 작성한 평판 결과와 지원자의 성향을 잘 이해하고 있는 동료들이 작성한 평판 결과에서 공통적으로 확인되는 키워드를 바탕으로 예상되는 리스크를 중심으로 면접 질문과 방향을 설정하면 된다.

3. 지원자에게는 평판 조회의 취지를 충분히 안내하자
C 기업은 면접에서 많은 지원자들이 긴장한 탓에 충분이 개인의 역량을 보여주지 못한다고 판단해 평판 조회를 도입했다. 평판 조회에서 드러난 지원자의 강점 및 약점을 토대로 이전 전형 결과와 연결해 최종 임원 면접에서 추가 검증할 수 있는 보조 자료로 활용했다. 그 결과 실제 면접에서 긴장한 지원자들이 소극적으로 대답하거나 부정적으로 오해될 수 있는 답변을 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평판 조회 결과와 추가 면접을 통해 우수한 인재를 놓치지 않고 채용까지 할 수 있었다.

이러한 평판 조회의 순기능은 기업뿐 아니라 지원자에게도 득이 되는 것이다. 평판 조회를 긍정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지원자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고, 이에 대한 취지를 올바르게 안내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의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기업이 신입사원 한 사람을 채용하는데 40분밖에 투자하지 않는다면, 그 사람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한 교육은 400시간이 걸린다”고 말한 바 있다. 채용 시 위 3가지 단계를 적용한다면 기업과 팀에 잘 맞는 성향의 직원을 채용할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평판 조회가 보편화된다면 기업의 채용 실패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 것이고, 능력 있고 성실한 인재가 정당하게 대우 받는 공정한 채용 문화가 형성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너 내 동료가 돼라"…좋은 인재 한눈에 알아보는 법 [긱스]
윤경욱 | 스펙터 대표
△ 타운컴퍼니 대표이사 (2014~2020년)
△ 액센츄어 (2012~2014년)
△ 고려대 물리학과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