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우파 제1야당 승기 관측…극우 정당과 연정 구성 시나리오
스페인, 오늘 조기 총선…극우파 반세기 만에 정권 참여하나
스페인 차기 정부를 구성할 조기 총선이 23일(현지시간) 치러진다.

집권당인 중도 좌파 성향의 사회노동당(PSOE)을 이끄는 페드로 산체스 총리는 지난 5월 지방선거 패배 후 의회를 해산하고 애초 계획보다 빨리 총선거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들은 제1야당인 중도 우파 국민당(PP)이 하원에서 가장 많은 의석을 확보하겠지만 과반에는 미치지 못해 단독으로 정부를 구성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PP가 극우 성향의 복스(Vox)와 손을 잡을 것이라는 관측이 고개를 든다.

PSOE도 지난 2019년 총선에서 하원을 장악하지 못해 이듬해 급진 좌파 성향의 포데모스(Podemos)와 연립 정부를 꾸렸다.

스페인 일간 엘파이스는 지난 19일 여론 조사 결과 평균치 등을 기반으로 하원 전체 의석 350석 중 PP가 142석, PSOE가 108석, 복스가 35석, 좌파 정당 연합인 수마르(Sumar)가 34석을 가져갈 것으로 예측했다.

이 결과대로라면 우파 진영인 PP와 복스의 의석은 177석으로 과반인 176석을 근소하게 넘어 정부를 구성할 수 있다.

좌파 진영인 PSOE와 수마르의 의석을 합치면 142석으로 과반에 미치지 못한다.

득표율로 따지면 PP가 34%, PSOE가 28%, 복스와 수마르가 각각 13%를 차지할 것으로 엘파이스는 예상했다.

PP와 복스, PSOE와 수마르의 예상 득표율 격차는 여론 조사를 시작한 6월 초순 9%포인트에서 마지막으로 여론 조사를 한 7월 중순 6∼7%포인트로 줄었다.

오차 범위는 95% 신뢰 수준에 ±3∼4%포인트다.

스페인 EFE 통신은 PP와 PSOE가 선두권에 있지만, 누가 정부를 구성하느냐는 결국 복스와 수마르가 각각 어떤 성적을 거두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만약 PP와 복스가 연립 정부를 구성한다면 1975년 프란시스코 프랑코의 독재가 막을 내린 이후 48년 만에 처음으로 극우 정당이 정권에 참여하게 되는 것이다.

프랑코의 우파 권위주의 정권에서 신음해온 스페인은 1978년 민주 헌법을 제정한 이래 주로 좌파 사회당이 집권해왔다.

PP가 정부를 이끈 적은 있지만, 극우 정당이 함께한 적은 없다.

PP에서 2013년 떨어져나온 복스는 2019년 4월 총선에서 24석을 얻어 원내 진출에 처음 성공했고, 7개월 만에 다시 치른 조기 총선에서 의석을 52석으로 늘리며 정치적 입지를 확장했다.

복스는 스페인에 들어온 불법 이민자는 모두 추방하고, 합법 이민자도 범죄를 저지르면 추방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공개적으로 낙태에 반대하며, 성(性) 소수자의 권리도 존중하지 않는다.

아울러 정부가 가정 폭력, 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노력을 할 필요가 없다는 극단적인 주장까지 서슴지 않는 등 프랑코의 철권통치 시절을 연상시킨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번 선거는 이례적으로 여름 휴가철에 치러지다 보니 우편으로 투표한 247만명으로 스페인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고 EFE, 엘파이스 등이 보도했다.

스페인 선거관리위원회는 우편 투표 수요가 높은 점을 감안해 우편 투표 제출 마감 시한을 기존 20일 오후 10시에서 21일 오후 2시로 연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