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과 함께 세계 3대 작물로 꼽히는 밀과 옥수수 가격이 우크라이나전쟁으로 요동치고 있다. 흑해곡물협정 종료 후 흑해에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갈등이 고조되면서다. 양국은 상대국 항구로 향하는 선박을 공격할 수 있다며 충돌했고, 러시아는 흑해에서 미사일 발사 훈련을 했다.

21일 러시아 국방부는 “(자국) 흑해함대가 흑해 북서부 훈련장의 표적함을 향해 대함 순항미사일을 발사했다”며 “표적함은 파괴됐다”고 발표했다.

러시아는 지난 17일 우크라이나 곡물의 수출을 보장하던 흑해곡물협정에서 탈퇴하겠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2014년 합병한 크림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잇는 크림대교가 수중 드론의 공격을 받은 이후였다. 우크라이나는 전쟁 이전 기준 옥수수 수출 세계 4위, 밀 수출 5위의 농업대국이다. 지난해 8월부터 흑해곡물협정이 발효되며 최근까지 3300만t의 곡물과 농산물을 수출했다.

우크라이나가 곡물 수출을 계속하겠다며 반발하자 러시아는 공세에 나섰다. 러시아는 협정 종료 이튿날인 18일부터 우크라이나의 주요 흑해 항구인 오데사와 미콜라이우에 미사일 공격을 했다. 19일에는 흑해 선박들을 두고 “우크라이나 항구로 가는 선박은 모두 잠재적인 군사 위협으로 간주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통제하는 항구로 가는 모든 선박은 위험을 감수하라”고 맞섰다. 21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곡물 대신 자국 곡물을 아프리카에 공급하며 우크라이나를 세계 곡물시장에서 소외시키려 한다고 전했다.

흑해를 둘러싸고 긴장이 심화하면서 곡물 가격은 출렁이고 있다. 미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국제 밀 9월물 가격은 부셸(27.2㎏)당 7.27달러로, 최근 1주일간 13.6% 올랐다. 19일에는 8.5% 급등해 전쟁이 시작된 지난해 2월 이후 최대폭으로 상승했다. 옥수수 선물도 부셸당 5.2달러로 이달 들어 7.7% 뛰었다.

밀과 옥수수 가격이 장기적으로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카를로스 메라 네덜란드 라보방크 농산물시장책임자는 “우크라이나는 이제 국경과 다뉴브강을 통해 곡물을 수출해야 할 것”이라며 “운송비가 대폭 올라 농부들의 수익성이 떨어지면 이들이 내년에 농작물을 덜 심으면서 공급량이 더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