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NYT)등 주요 외신은 "힙합을 클래식으로 만든 제이지의 전시에 하루 2500명 이상 몰리며 공립도서관 전시에 이례적인 기록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시 개막 첫주 주말에만 1만4000명이 찾았고, 이 중 5600명은 도서관을 처음 방문한 사람들이었다.
잠깐. 전시 제목의 호브(Hov)는 제이지가 '하느님을 뜻하는 히브리어 여호와(JeHOVah)에서 따와 자신을 제이-호브(J-HOV)라고 부른 데서 유래했다. 힙합계에서 신이 되겠단 의미가 담긴다.
'브루클린 마약팔이'가 힙합 아티스트 최초 빌리어네어로
미국의 힙합은 올 여름 공식적으로 50주년을 맞는다. 반세기에 걸쳐 수 많은 힙합 스타들이 등장했지만 제이지는 그 중에서도 살아있는 전설로 불린다. 뉴욕 브루클린 저소득층 임대 주택 단지에서 나고 자랐고, 마약을 팔며 살았다.그런 그는 어두운 과거를 밀어내고 힙합 아티스트 최초로 포브스가 인증한 1조원의 자산가로 거듭났다. 의류사업, 엔터테인먼트 사업, 주류 사업, 음원 스트리밍 사업, 주식투자 등으로 막대한 부를 창출했다.
비욘세와 결혼한 그는 10장의 멀티 플래티넘 앨범을 보유한 최초의 래퍼이기도 하다. 10개 이상의 멀티 플래티넘 솔로 앨범을 보유한 최초의 래퍼이자 두 번째 흑인 남성. 에미넴은 8개의 플래티넘 솔로 앨범을 보유하고 있다.
종이도 펜도 없이 부르는 자유형 래퍼
제이지는 가사를 쓰지 않고 녹음하는 동안 자유롭게 말하는 '펀치 인' 방식으로 가사를 완성했다. 처음엔 노트에 가사를 적기도 했지만, 그냥 마음 속으로 자연스럽게 노래하는 방식을 택했다. 그의 방식에 영감을 받아 가사 쓰는 것을 중단한 래퍼들도 다수다.단지 돈이 많고, 음악적 성공을 거뒀다고 흑인 사회에서 롤모델이 될 수는 없는 법. 그는 2010년 '디코디드(Decoded)'라는 제목의 자서전에서 사회 문제와 정치에 대한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무엇보다 그의 가사는 솔직하다. 수치스러운 가족사를 딸에게 털어놓거나 흑인 사회가 앞으로도 계속 싸워야 할 문제들에 대해 이야기 한다. 그의 노래 중 '레거시(Legacy)'에는 기독교 전도사였던 할아버지가 친딸인 제이지의 고모를 성추행 사실을 말한다.
이 노래는 미국 소울과 R&B, 가스펠 음악의 대부인 도니 해서웨이의 '섬데이 위 윌 올 비 프리(Someday we will all be free)'라는 곡을 샘플링했다. 해서웨이는 70년대 흑인들에게 영감과 감동을 주는 노래를 많이 만들었지만 우울증과 조현병 등으로 서른 셋에 스스로 생을 마감한 흑인 가수다.
"제이지는 내일의 흑인 리더를 위한 청사진이다"
브루클린 공립 도서관은 역사 센터를 포함해 가장 광범위한 흑인 역사 컬렉션의 본거지다. 이 도서관의 린다 존슨 CEO는 "우리는 그의 음악, 시, 문구와 말들을 도서관에 전시하는 것이 자랑스럽다"며 "이곳을 찾는 모든 이들이 자기 자신에게 크게 베팅해 보기를, 자신의 꿈을 성취하는 데 큰 영감을 얻어가길 바란다"고 했다.
전시는 올 여름까지 누구나 무료로 볼 수 있다. 제이지의 회사 록네이션이 모든 비용을 댔다. 이날 오프닝에서 제이지가 사인한 특별 박스 세트는 경매에 나올 예정이며, 그 수익금은 공공 도서관 후원금으로 쓰인다.
"제이지는 자신의 예술적 천재성을 활용해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높은 곳으로 올라갔다. 이 전시회는 그가 내일의 리더들이 따라야 할 청사진을 제시했다는 완벽한 증거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