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 14시간 만의 '비보'에 주저앉은 가족…온라인서도 애도 물결
끝내 돌아오지 못한 채수근 해병…"가족들 힘들겠지만 힘내달라"
경북 예천군에서 실종자 수색 중 급류에 휩쓸린 해병대 소속 채수근 일병이 숨진 채 발견되자 현장은 슬픔으로 가득 찼다.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장손이자 외동아들인 채 일병이 기적처럼 살아 돌아오길 기다리던 모친은 끝내 들려온 비보에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했다.

20일 해병대에 따르면 채 일병은 전날 오후 11시 8분께 경북 예천군 내성천 고평교 하류 400m 지점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실종 14시간 만이었다.

수색 현장 인근 숙소에 있던 채 일병 가족들은 소식이 전해지자 "구명조끼만 입혔으면 살았을 건데", "아이고, 아이고"라며 오열했다.

황망한 표정의 채 일병 모친은 제대로 서 있기조차 힘겨워했다.

그는 119구급대원 도움을 받아 간신히 구급차에 올라타고 아들이 있는 포항해군병원으로 향했다.

채 일병 한 친척은 "하나밖에 없는 외동아들이자 집안의 장손인데 이제 어떻게 하나"라며 "어르신이 충격을 받으실까 봐 말도 못 꺼내고 있다"고 슬퍼했다.

다른 친척은 "부모들이 자신들 탓인 것처럼 너무 힘들어하고 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끝내 돌아오지 못한 채수근 해병…"가족들 힘들겠지만 힘내달라"
그를 배웅하기 위해 예천스타디움에 모인 해병대 전우들의 표정엔 슬픔이 가득했다.

태극기로 덮인 채 일병을 실은 헬기가 포항해군병원으로 떠나자 해병대 전우들은 경례로 눈물의 인사를 했다.

채 일병의 사망 소식이 알려지자 온라인에서도 애도의 반응이 줄을 잇고 있다.

한 누리꾼은 "오늘 몇 번을 우는지 모르겠다"며 "조간만 군대에 갈 내 자식을 어찌 보내야 하나"라고 했다.

다른 누리꾼은 "젊음이 황망하게 다하고 나서야 몸에 태극기를 둘러 주는 나라가 아닌 처음부터 비극이 발생하지 않는 나라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썼다.

"가족분들 정말 힘들겠지만 힘을 내달라", "너무 슬프고 가슴이 미어진다" 등 애통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구명조끼는 둘째치고, 로프도 없이 거센 강물에 장병들을 넣었다" 등 반응도 있다.

이런 여론이 반영된 듯 현재 해병대사령부 웹사이트는 접속이 불가능한 상태다.

끝내 돌아오지 못한 채수근 해병…"가족들 힘들겠지만 힘내달라"
해병대는 20일 "호우피해 복구작전에서 임무를 수행하다 순직한 해병대원의 명복을 빈다"며 "유족 여러분께도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채 일병은 지난 18일 예천군 폭우·산사태 피해 실종자 수색 작업에 투입된 뒤 전날 오전 9시 3분께 수색 중 급류에 휩쓸리며 실종됐다.

해병대는 당시 수색에 나선 대원들에게 구명조끼를 입히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