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방문한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부 장관(왼쪽)이 중국 외교 사령탑인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오른쪽)을 만났다.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재닛 옐런 재무장관에 이어 대표 친중 정치 원로인 키신저 전 장관의 방문으로 미국이 중국과의 긴장 완화를 추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9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키신저 전 장관은 왕 위원을 만나 “미국과 중국 모두 세계에 영향력이 있으며 양국의 안정적인 관계 유지 여부에 세계 평화와 인류 복지가 달려있다”고 말했다. 그는 “어려움이 있어도 양측은 동등하게 대우하고 소통을 유지해야 한다”며 “상대를 고립시키거나 차단하려는 시도는 용납될 수 없다”고 말했다.

왕 위원은 “키신저 전 장관은 양국 관계의 새로운 국면을 여는 데 역사적인 공헌을 했으며 두 나라의 상호 이해 증진에 대체할 수 없는 역할을 했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어 “중국의 대미 정책은 연속성이 높다”며 “시진핑 국가주석이 제시한 상호존중, 평화공존, 상생협력 등의 가치를 근간으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관리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또 “미국 대중 정책은 키신저 스타일의 외교적 지혜와 닉슨 스타일의 정치적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왕 위원은 대만 문제에 대해 “미국이 대만해협 안정을 진정으로 원한다면 대만 독립에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대만 독립’이라는 분열과 선을 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키신저 전 장관은 “‘하나의 중국’ 원칙은 흔들리거나 파괴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양측은 이날 우크라이나와 인공지능(AI) 등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1972년 리처드 닉슨 당시 미국 대통령과 마오쩌둥 중국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을 성사시킨 주역이다. 전날에는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오른 리상푸 중국 국방부 장관과 회동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