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말리아 난민 불안감 커져…현지 상인 "밀 가격 폭등 전에 사들여야"
케냐 식품 가격 사상 최고치…이집트도 정부 부담 커질 듯
"살아갈 수 있을까"…곡물협정 중단에 기아고통 아프리카 '막막'
"살아남을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원조단체도 해줄 수 있는 게 거의 없네요.

"
아프리카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의 난민캠프. 이곳에서 다섯 아이를 키우는 엄마인 할리마 후세인은 17일(현지시간) 전해진 흑해곡물협정 중단 소식에 막막한 심정을 토로했다.

후세인은 "원조단체들은 우리가 살아갈 수 있게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도 "그들이 줄 수 있는 건 거의 없다"고 한탄했다.

아프리카의 대표적인 기근 지역인 소말리아는 우크라이나에서 생산한 식량에 크게 의지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원조 확대로 우크라이나산 밀 수입 규모가 2021년 3만1천t에서 지난해 8만4천t으로 급증한 바 있다.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밀 가격이 2배로 치솟아 위기를 겪었다가, 작년 7월 체결된 곡물협정으로 가격이 4분의 1가량 떨어져 그나마 숨통이 트이던 중이었다.

하지만 이날 러시아가 흑해곡물협정 종료를 선언하면서 소말리아 상인과 제빵사, 난민들의 두려움은 다시 커지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협정 중단이 우크라이나산 곡물 공급 감소와 각국 수출 억제를 야기해 글로벌 식품 가격과 원조 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일부 모가디슈 상인들은 밀 50㎏당 가격이 현재 20달러에서 30달러까지 폭등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모가디슈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무함마드 오스만은 "도매상들이 가격을 올리기 전에 곡물을 사들여야 한다"며 "그러지 않으면 고객들이 밀 같은 값비싼 식품을 구매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살아갈 수 있을까"…곡물협정 중단에 기아고통 아프리카 '막막'
수십 년 만의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는 인접국 케냐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코리 싱오에이 케냐 외교부 차관은 식량 가격이 이미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며 "1~2파운드였던 상품은 4파운드로 오를 것"이라고 관측했다.

빵 공급에 정부 보조금을 투입해온 이집트도 흑해곡물협정의 혜택을 보고 있던 터라 러시아의 협정 종료 결정으로 재정이 쪼그라들 가능성이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이집트 공급 당국은 지난달 로이터통신에 협정이 연장되길 바란다며 "세계 시장을 진정시키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유엔은 그간 흑해곡물협정으로 전 세계 식량 가격이 20% 이상 하락해 저개발 국가에 혜택을 주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도 무력 분쟁과 극단 기후 등으로 고통받는 소말리아, 예멘, 아프가니스탄 등 국가 원조에 우크라이나산 곡물 사용을 늘려오던 상황이었다.

샤유와트 사라프 국제구호위원회(IRC) 동아프리카 지역 비상국장은 이번 협정 중단으로 주요 가뭄 피해 지역인 소말리아, 에티오피아, 케냐 등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식품 가격 상승에 따른 원조금 증가는 수혜 대상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도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