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시설 과정 적절성 등 정책효과 검증…시 "중증장애인 전문 돌봄서비스 필요"
서울시, 탈시설 장애인 700명 자립실태 9월까지 첫 전수조사
서울시는 거주 시설에서 나온 장애인 700명을 대상으로 8∼9월 두달간 자립실태를 전수조사한다고 18일 밝혔다.

장애인 거주 시설에 입소해 생활하던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자립해 살기 위해 거주 시설에서 나오는 것을 '탈시설'이라고 한다.

탈시설 장애인에 대한 전수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시는 전수조사를 통해 탈시설 과정의 적절성과 지역사회 정착 여부, 삶의 질과 만족도 등 탈시설화 정책 효과를 검증한다는 계획이다.

대상은 탈시설 정책이 시작한 2009년 이후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나온 장애인 700명이다.

조사 내용은 탈시설 입·퇴소 과정의 적절성, 생활·건강실태, 탈시설 만족도 등 6개 영역 35개 문항이다.

시·자치구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과 조사 전문기관 인력이 2인 1조로 동행해 장애인 가정이나 동주민센터를 방문해 면담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의사소통이 어려운 장애인을 위해선 의사소통 전문가도 연계한다.

또한 탈시설 찬성·반대·중도 측이 같은 인원으로 참여하는 민관협의체에서 제시한 의견을 수렴해 장애인 당사자의 의견과 요구를 최대한 직접 청취할 수 있도록 읽기 쉬운 조사표, 점자 조사표 등 장애 유형에 맞는 조사표를 개발해 조사에 활용한다.

조사 결과는 연내 수립할 '제3차 탈시설화기본계획' 등 정책 기초자료로 활용할 방침이다.

시는 전수조사에 앞서 올해 2월 특정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퇴소해 지원주택에 거주하는 장애인 38명을 대상으로 퇴소 과정의 적절성, 의료·건강관리 실태, 자립생활 실태 등을 내용으로 예비조사를 했다.

38명은 경기도 김포시에 있던 중증장애인 거주시설에서 퇴소해 현재 시에서 제공한 지원주택에 입주해 생활하는 이들이다.

해당 시설은 2021년 폐지됐다.

조사 결과 대상 장애인 모두 퇴소동의서를 구비했다.

퇴소 결정 주체는 본인, 시설관계자(퇴소위원회), 형제자매, 부모 순으로 많았고 퇴소 사유는 '시설 폐쇄'와 '자립생활을 원해서' 등이었다.

모두 심한 장애인이고 2가지 이상 장애를 가진 중복장애인은 27명이다.

중복장애인 중 최중증 장애인은 7명이며 이 중 6명은 비위관, 위루관, 도뇨관, 인공호흡기가 필수다.

1명은 다중복(지적·시각·뇌병변) 장애인으로 조사됐다.

38명의 평균 활동보조 시간은 월 626시간(일 20.8시간)이고 5명은 24시간 활동지원서비스를 받고 있다.

모두 생계·주거급여, 장애연금, 기초연금 등 공적부조에 의존하며 17명은 장애인 일자리에 참여했다.

의사소통이 가능하거나 곤란한 정도가 심하지 않은 장애인 18명 중 15명은 현재의 삶에 적응해 살아간다고 답했다.

나머지 3명은 시설 재입소를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탈시설 장애인 700명 자립실태 9월까지 첫 전수조사
시는 "이번 조사 결과로 의사능력과 자립역량이 충분한 장애인은 탈시설해 지역사회에 정착하도록 지원하는 게 맞지만 24시간 돌봄이 필요한 중증 장애인에게는 보다 전문적인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는 사실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수조사를 통해 탈시설 장애인 지원과 시설 거주 장애인 모두 행복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균형 있는 정책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탈시설 관련 현장에서는 장애인 거주시설 생활이 장애인의 자립적 주거선택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시설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과 가족의 돌봄 부담을 줄이고 장애인 당사자에게 보다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시설을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장애인 단체인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은 적극적인 탈시설 정책 추진을 위한 예산 확대를 요구해왔다.

반면 서울시는 탈시설이 세계적 흐름이어도 장애인의 선택권을 고려해 거주시설이 양립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