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리 겐슬러 SEC 위워장 "AI가 금융위기 촉발할 수도"
인공지능(AI)이 금융시장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기술 발전 속도에 비해 부작용에 대한 연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서다. 때문에 금융시장을 비롯해 세계 전역에 여파를 미치는 금융위기를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게리 겐슬러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은 이날 워싱턴DC 내셔널 프레스클럽에서 열린 콘퍼런스에서 "개별 AI는 기본 모델 또는 데이터 집계기관으로부터 동일한 자료를 받기 때문에, 비슷한 결과를 도출한다"며 "때문에 집단 사고 가능성이 커져 금융시장의 취약성을 키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집단사고는 한 집단 내에서 한 가지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 강한 응집력이 나타나는 현상을 뜻한다. 주로 양극화로 인한 비합리적 선택을 설명하는 데 쓰인다. AI에 대한 의존도가 커지게 되면 의사결정이 비슷하게 도출돼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겐슬러 위원장은 "AI를 본격적으로 도입하기 전에 위험관리 프로토콜을 규정해야 하지만, 이것만으로 부족할 수 있다"고 했다.


겐슬러 위워장은 SEC도 AI에 대해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AI 기술이 발전하게 되면 금융 사기, 투자자 호도, 특정 상품으로 유도하는 등 각종 범법행위에 쓰일 여지가 커져서다. 특히 상장회사가 AI가 초래할 위험과 기회를 공시로 밝혀 투명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AI를 규제 대상으로만 상정하지는 않았다. 2021년 SEC 위원장에 선임된 뒤 겐슬러 위원장은 줄곧 AI를 "우리 시대 가장 혁신적인 기술"이라고 호평한 바 있다. 이날도 그는 "SEC도 감시, 분석 및 규제 결정 과정에 AI를 도입하게 되면 효익이 많이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겐슬러 위원장은 "AI는 앞으로 자본 시장을 지배하는 기술 기반이 될 것"이라며 "경쟁을 촉진하고 투명성을 제고할 수 있는지를 면밀히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라고 설명했다.

SEC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이해 상충이다. 자산운용사와 증권사가 고객에게 AI 투자를 권유할 때 고객의 이익을 우선시하는지, 회사의 이익이 1순위인지 충돌할 수 있어서다. SEC는 올해 가을부터 이같은 문제에 대한 새로운 규칙을 검토할 방침이다. AI 기술과 관련된 이해 상충을 규제하기 위해 오랫동안 검토해온 감독규제안을 이르면 10월까지 도입할 계획이다.

2021년부터 첨단기술과 관련된 이해 상충 가능성을 조사해온 SEC는 이 규제안을 통해 고도화된 알고리즘과 빅데이터로 온라인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로보어드바이저나 인터넷 금융자문사를 자금관리자로 등록시키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겐슬러 위원장은 "기업은 AI를 통해 금융 상품 제시 및 가격 책정 등에 대한 개인의 지불 의사를 예전보다 더 쉽게 찾아낼 수 있다"며 "시장 내 공정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서라도 세밀한 규제가 필요하다"라고 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