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튀니지와 '현금 지원-불법이민 단속' 맞교환…역효과 우려도
유럽연합(EU)이 튀니지에 현금을 지원하고 그 대가로 '국경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는 16일(현지시간) 튀니지를 방문해 카이스 사이에드 튀니지 대통령과 '포괄적 파트너십 패키지' 이행에 합의했다고 EU가 17일 전했다.

EU가 지난달 제시한 패키지는 경제난을 겪는 튀니지에 향후 9억 유로(약 1조 2천800억원) 상당의 거시경제금융지원 검토, 이와 별개로 예산 1억 5천만 유로(약 2천140억원) 즉각 지원 등을 골자로 한다.

튀니지 국경 관리 및 불법 이주민 수색·구조 등을 위해 올해 1억 유로를 별도로 지원하겠다는 내용도 별도로 포함됐다.

거시경제금융지원금은 튀니지가 현재 진행 중인 국제통화기금(IMF)와 구제금융 협상과 연계돼 있어 당장은 지원이 어려울 것으로 보이나, EU는 이날 합의에 따라 국경관리 지원금을 포함한 나머지 2억5천 유로는 연내 전달 가능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뤼터 총리는 합의 체결 뒤 기자회견에서 "이민은 이번 합의의 중대 요소"라며 "불법 이민 통제를 더 강화하는 게 필수"라고 말했다.

난민 유입 급증으로 대책을 고심 중인 EU는 최근 지중해 난민선 침몰 사고 등 유사한 참사가 되풀이되자 그 책임을 '불법 난민 시도'를 알선하는 세력에 돌리고, 이들에 대한 단속 강화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번 합의도 튀니지가 자국 국경에서부터 단속을 강화해주면, 결과적으로 EU 영토로 몰래 입국하려는 시도도 줄어들 것이란 계산으로 읽힌다.

그러나 이번 합의가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특히 튀니지 당국이 그간 이민자에 대한 인종차별적 대우를 조장해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EU가 오히려 인권침해적 단속 행위를 뒷받침하는 격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일부 있다.

인권단체인 경제사회권리포럼은 이달 초 튀니지 당국이 이민자 최소 수백 명을 리비아와의 사막 국경에 있는 군사지역으로 강제 격리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