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까지 물 넘쳐 대피는 처음"…'붉은 강' 지명처럼 황토물 범람
농경지 피해는 연례행사…"제방만 있어도 그나마 걱정 덜 할 텐데"

"폭우로 주민들이 대피하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나마 나흘 만에 소강상태를 보여 다행이지만 충주댐 방류만 시작되면 항상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늘 불안불안합니다.

"
[르포] "충주댐 방류하면 늘 '철렁'"…폭우에 잠긴 원주 부론 단강리
중부지방 폭우가 소강상태를 보인 17일 강원 원주시 부론면 단강 1리 유주희(60) 이장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지난 15일 오후 4시부터 충주댐이 방류량을 초당 3천t에서 초당 6천t으로 늘렸을 때 마을 주민들의 위기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농경지뿐만 아니라 마을 진입도로인 531번 지방도가 물에 잠겼고 바로 옆 주택까지 위협했다.

1985년 충주댐 준공 이후 이 마을 진입도로가 물에 잠긴 것은 이번이 세 번째라는 게 주민들의 설명이다.

그만큼 이번 폭우는 그 어느 때보다 위협적이었다는 방증이다.

[르포] "충주댐 방류하면 늘 '철렁'"…폭우에 잠긴 원주 부론 단강리
큰 피해가 우려되자 원주시는 단강 1리와 정산 1리 2개 마을 주민 60여명을 선제적으로 대피 조치했다.

단강 1리 이장 유씨 역시 인명 피해는 막아야겠다는 생각에 마을 어르신과 주민 10여명을 안전지대인 작실경로당으로 대피시켰다.

이때부터 주민들은 낮에는 집에 있다가 밤이 되면 안전지대로 대피하는 불안한 나날을 보냈다.

이날 폭우가 잦아들면서 겨우 한숨을 돌린 것이다.

임경희(71) 마을 부녀회장은 "폭우로 주민들이 대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꼬박 사흘 밤낮을 가슴 졸였다"며 "인명피해가 없는 게 다행이지…"라고 말을 아꼈다.

안전지대에서 바라본 부론면 일원의 감자, 옥수수, 마늘, 고추 등 농경지는 대부분 물에 잠겼다.

침수 피해 농경지만 십수만㎡에 달할 것이라는 게 주민들의 설명이다.

지붕 꼭대기만 남겨놓은 채 물에 잠겼던 비닐하우스는 물이 빠진 상태지만 특용 작물 피해는 막심하다.

[르포] "충주댐 방류하면 늘 '철렁'"…폭우에 잠긴 원주 부론 단강리
비닐하우스 11개 동 침수 피해를 본 백광현(65)씨는 "포도 등 특용 작물 피해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며 "물에 잠겼던 저온저장고와 농기계 등이 다 엉망이 돼 복구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단강리(丹江里)는 홍수가 나면 붉은 흙탕물이 흘러 붉은 강을 한자로 표기해 '단강'이라는 지명으로 불리게 됐다고 전해진다.

그나마 충주댐 준공 이후 수해는 과거보다 덜 하지만 대부분의 농경지가 수변구역에 포함되다 보니 댐 방류 시 침수는 피할 수 없다고 주민들은 전한다.

이번 침수 피해도 지난 13일부터 나흘간 쏟아진 300㎜에 육박하는 집중호우뿐만 아니라 충주댐 수문 개방이 더 큰 요인이라고 주민들은 입을 모았다.

다목적댐 중 소양강댐(29억t)에 이어 총저수량이 두 번째인 충주댐(27억5천만t)의 수문 방류는 지난 11일 오후 4시 이후 현재까지 7일째 이어지고 있다.

충주댐의 수문 방류는 1985년 준공 이후 올해 36회째다.

[르포] "충주댐 방류하면 늘 '철렁'"…폭우에 잠긴 원주 부론 단강리
그만큼 충주댐의 방류는 남한강 하류에 사는 주민에게는 큰 두려움이 아닐 수 없다.

충주댐이 방류를 시작하면 하류인 단강 1리, 정산 1리, 정산 4리, 법천 3리, 법천 1리, 흥호 2리 등 부론면 남한강 수변 지역 6개 리는 크고 작은 침수 피해가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이 중 단강 1리는 다른 곳보다 지대가 더 낮고 제방조차 없어 농경지 피해가 연례행사일 정도다.

일부 주민들은 "제방만 쌓아도 주민들이 평생의 삶의 터전에서 마음 편하게 농사를 지을 수 있을 것"이라며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원강수 원주시장은 지난 15일 충주댐 방류로 인해 침수가 우려돼 선제적으로 대피한 부론면 단강1리 작실경로당을 찾아 주민들을 찾아 위로했다.

[르포] "충주댐 방류하면 늘 '철렁'"…폭우에 잠긴 원주 부론 단강리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