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자 발견 예상 지점 집중 수색…주민들도 진흙 퍼내고 양수기로 물빼내
[르포] "통화 연결음은 들리는데…" 예천 실종자 수색 애타는 현장
"엄마한테 전화를 걸면 통화 연결음은 들려요…."
17일 오전 9시께 경북 예천군 감천면 벌방리 실종자 수색 현장.
지난 15일 새벽 폭우에 쏟아져 대피하다가 산사태에 휩쓸린 60대 윤모씨의 아들 이모(29)씨는 수색 작업을 지켜보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씨는 "엄마한테 전화를 걸면 원래는 전원이 꺼져있었는데, 어제 오후부터는 연결음이 한번 울리고 끊어진다"며 "혹시나 어딘가에 고립돼 있지 않을까란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수색 당국은 전날 오후부터 산사태로 쓸려 내려온 가구와 차량 등이 모여있는 곳에 실종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집중 수색 중이다.

수색 작업에는 굴삭기 4대가 투입됐다.

아들 이씨는 "집 근처에서 엄마 가방이 발견됐는데 엄마가 급할 때 가방에 꼭 귀중품을 넣고 다니는 성격이라서 이 근처에도 집중적으로 수색을 해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르포] "통화 연결음은 들리는데…" 예천 실종자 수색 애타는 현장
윤씨의 남편과 작은 아들, 언니와 남동생 등 가족들이 모두 구조 작업을 지켜보며 발을 동동 굴렀다.

수도권에서 사과 농사를 짓기 위해 귀농한 윤씨는 남편 이씨 등 가족 2명과 함께 집을 빠져나오다 홀로 변을 당했다.

이보다 앞서 이씨의 동생은 차량을 옮기려다가 급류에 휩쓸렸으나 구조돼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같은 시각 마을 입구에서는 또 다른 실종자 A씨를 찾기 위한 수색 작업도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

벌방리에서는 현재 윤씨 등 2명이 실종된 상태다.

소방대원, 군 병력, 경찰관 등은 삽과 탐침봉 등을 들고 일일이 주변을 살피고 있다.

[르포] "통화 연결음은 들리는데…" 예천 실종자 수색 애타는 현장
벌방리 주민들도 팔을 걷어붙이고 복구 작업에 뛰어들었다.

내집, 이웃집 가리지 않고 주택을 덮친 진흙을 퍼내고 양수기를 동원해 물을 빼내고 있다.

홀로 사는 주택이 무너진 윤제순(69)씨는 "마을 주민들이 내 일처럼 복구를 도와주고 있어서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고맙다"고 울먹였다.

경북도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 집중호우로 19명이 사망했다.

실종자는 8명인데, 모두 예천지역에서 발생했다.

부상자는 17명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