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오송에서 기록적인 폭우로 차량 15대가 물에 잠긴 '지하차도 침수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간발의 차이로 생사가 엇갈린 이들의 사연이 전해지고 있다.전날 오전 8시 40분께 충북 청주 흥덕구 오송읍 궁평 제2지하차도를 지나던 차량 15대가 인근 미호강에서 유입된 물에 잠겼다. 이에 16일 오후 2시 기준 현재 9명이 사망했다.이날 연합뉴스에 따르면 전날 오전 8시 40분께 A씨는 차를 타고 청주에서 세종으로 가기 위해 청주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를 지나고 있었다.A씨가 지하차도에 들어설 즈음 도로에 물이 유입되기 시작했고, 도로를 벗어날 즈음 차량 바퀴가 물에 완전히 잠겼다고 한다. 당시 간신히 오르막길로 빠져나온 A씨가 백미러를 확인하니, 지하차도로 물이 폭포수처럼 들이치고 있었다.간발의 차이로 문제가 된 터널에서 탈출한 것. A씨는 "지금 생각해도 정말 아찔하다"며 "몇초만 늦게 지하차도에 진입했더라도 물속에 갇혔을 것"이라고 전했다.A씨 이외에도 겨우 위험 속에서 벗어난 이들의 목소리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알려졌다. 한 차량은 지하차도 중간에서 물이 차오르는데 버스에 가로막히자, 순간적인 판단으로 차를 돌려 다급하게 역주행해 빠져나갔다고 한다. 잠시 머뭇거렸어도 탈출이 불가능했을 상황.하지만 상당수는 순식간에 들이찬 물 때문에 차 안에 그대로 갇혀버린 것으로 파악됐다. 침수된 차량 지붕 위에 올라갔다가 계속 차오른 물에 휩쓸린 피해자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당시 이곳을 지나던 시내버스와 트럭 2대, 승용차 12대 등은 끝내 이 도로를 벗어나지 못했다. 청주국제공항∼오송역을 운행하던 시내버스의 경우, 폭우로 침수된 다른 도로를 피해 노선을 우회했다가 변을 당했다. 이 버스에서의 사망자만 5명인 것으로 전해졌다.이 시내버스에 탑승하고 있었다는 시민은 "갑자기 엄청난 양의 물이 지하차도로 쏟아져 들어와 두려웠다"며 "버스가 완전히 물에 잠기기 직전에 겨우 창문을 열고 나와 허우적거리다 간신히 난간을 붙잡고 버텼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청주 오송 '지하차도 침수사고' 현장에서 16일 시신 5구가 인양된 버스(청주 747번 급행버스)는 폭우로 노선을 우회했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이날 연합뉴스에 따르면 여성 4명, 남성 1명의 시신이 인양된 이 버스는 전체 길이 685m의 지하차도 중 터널구간(430m)을 거의 빠져나온 상태였다.궁평리 쪽에서 지하차도에 들어왔다가 터널을 나와 오송리 쪽으로 향했으며, 순식간에 유입된 미호강 흙탕물에 발이 묶여 침수된 것으로 추정된다.이 버스는 청주국제공항∼고속버스터미널∼충청대∼오송역 구간을 왕복 운행한다. 오송 지하차도는 이 버스가 원래 다니는 길이 아니었다는 것. 청주시는 전날 청주 시내에서 강내면 쪽으로 운행하던 50대 버스 운전자는 오전 8시 20분께 3순환로 강상촌교차로에서 방향을 틀어 청주역 분기점 쪽으로 버스를 몬 것으로 보고 있다.이틀간 쏟아진 폭우에 저지대인 강내면 일대가 침수돼 당일 오전 5시 30분부터 탑연삼거리에서 도로가 통제되자, 우회 운행을 결심한 것으로 풀이된다. 강내파출소 측은 교통 통제로 당시 많은 차가 탑연삼거리 앞에서 회차했다고 전했다.실종 상태인 이 버스 운전자는 충청대에서 내릴 승객이 없는 것을 확인, 탑연삼거리까지 가지 않고 강상촌교차로에서 우회했으며, 청주역 분기점과 옥산교차로를 지나 오송 지하차도로 향한 것으로 보인다.버스는 당국이 교통통제를 하지 않은 지하차도에 진입해 비교적 무난하게 출구를 빠져나온 것 같았으나, 미호강 제방 붕괴로 쓰나미처럼 지하차도로 밀려 들어온 강물을 피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청주시는 승하차 시스템 확인을 통해 사고 당시 버스에 기사를 포함해 10명 정도 타고 있던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난간에 매달려 있다가 극적으로 구조된 버스 승객의 진술과 거의 일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승객은 "버스에 승객 8명과 운전기사 1명이 더 있었는데 탈출했는지 모르겠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한편 지난 15일 오전 8시 40분께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 제2지하차도를 지나던 차량 15대가 인근 미호강에서 유입된 물에 잠겼다. 이 사고 관련 확인된 사상자는 16일 오후 2시 기준 사망 9명, 부상 9명이다.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폭우로 차량 15대가 물에 잠긴 '오송 지하차도 침수사고' 현장에서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실종자의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는 가족과 지인들의 기다림이 이어지고 있다. 16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희생자 수습 소식을 듣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청주의 한 종합병원을 찾은 자녀 박모 씨(51)는 "어머니가 사고 당일 폭우로 차가 막히자 동료들과 함께 급행버스를 타신 것 같다"며 "(어머니가) 그 차가운 물 속에 계셨을 걸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고 전했다.박 씨 어머니와 함께 버스를 탄 직장동료의 가족들도 응급실 옆 대기실에서 기약 없는 기다림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을 포함해 이 병원의 응급실 앞에는 실종자 가족 10여명이 비통한 모습으로 자리를 지켰다.전날 오전 8시 40분께 충북 청주 흥덕구 오송읍 궁평 제2지하차도를 지나던 차량 15대가 인근 미호강에서 유입된 물에 잠겼다. 16일 오후 2시 기준 현재 9명이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경찰의 폐쇄회로(CC)TV 분석에 따르면 갑자기 불어난 물로 침수되면서 버스 1대, 트럭 2대, 승용차 12대 등이 지하차도에 갇혔다. 9명은 사고 직후 구조됐으나, 전날 1명이 숨진 채 발견된 데 이어 이날 버스 탑승객 등 9명이 추가로 숨진 채 발견됐다. 앞서 구조 당국은 총 11명의 실종신고를 접수했으나, 각 차량 탑승자 수를 정확히 알 수 없어 피해가 더 커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전날 지하차도에서 숨진 채 발견된 30대 김모 씨의 누나는 고인이 충남 천안의 한 공공기관 필기시험에 응시하는 처남을 오송역(KTX 고속철도)에 데려다주려고 함께 이동하다, 사고 현장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변을 당했다고 중앙일보에 전했다. 김 씨는 지난 5월 결혼한 새신랑이었다고 한다.현재 수십명의 실종자 가족들이 현장 지휘 본부 뒤에 마련된 대기 장소에서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이날 오전 큰아들과 연락이 닿고 있지 않다는 70대 아버지는 "오창읍에서 치과병원 의사로 일하던 아들이 세종에서 출근하던 길에 사고를 당한 것 같다"며 "평소 엄마한테 이틀에 한 번, 30분씩이나 전화하던 착한 아들인데 그저께(14일) 저녁 퇴근하며 전화한 게 결국 마지막 연락이었다"고 조선일보에 전했다.큰아들에게는 올해 대학에 입학한 쌍둥이 딸 2명과 초등학교 3학년 막내아들이 있었는데, 그가 생계를 전부 책임지고 있었다고 한다. 그의 아버지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비가 오는데 지하차도를 미리 통제하지 않은 것도 이해가 잘 안된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아울러 교육부도 이날 오전 9시 기준 집중호우로 교사 1명이 사망하고 39개교(기관)가 운동장 침수, 담장 붕괴, 펜스 파손 등의 시설 피해를 보았다고 밝혔다.교육부는 집중호우로 피해가 발생했거나 등하굣길 학생 안전이 우려되는 경우, 업 및 등하교시간 조정 등 학사일정을 탄력적으로 운영해 안전에 전력을 기울여달라고 각 시도교육청에 협조를 요청했다.한편 배수·수색 작업에는 군인·경찰·소방·관계 공무원 등 399명의 인력과 장비 65대가 투입됐다. 당국은 이날 오후 성인 남성 허리 높이까지 배수 작업을 완료하고, 수색 작업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