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를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성소피아 성당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나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성소피아 성당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나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러시아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를 전격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지면서, 한국과 러시아 관계가 더욱 얼어불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러시아 내 우리 기업들의 사정이 더 악화되거나 러시아가 북한의 무장을 도울 것이란 관측이 대표적이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와 최악의 관계는 만들지 않도록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 지원은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문가인 고재남 유라시아정책연구원 원장은 "사태의 발단은 분명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촉발했다"면서도 "한국과 러시아가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까지 이뤘지만 그 이후 관계 발전이 중단된 게 사실"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다만 러시아가 한국과 외교 관계를 쉽게 악화시키려 하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했다. 고 원장은 "한반도는 러시아에게 있어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향한 출구 혹은 브릿지(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우리 정부 역시 남북 분단 상황 속에서 지속적 경제발전과 평화통일을 위해 러시아의 건설적 역할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고 원장은 윤석열 정부가 외교 기조를 유지하더라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무기 지원 등 러시아가 용인하지 못할 선은 지키는 게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과 관련해서도 정부의 보다 면밀한 분석을 주문했다. 고 원장은 "우크라이나는 국제사회에서 아직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은 국가로 분류된다"며 "낙관적으로 전쟁 이후 우리 기업들이 우크라이나 사업에 쉽게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선 안된다"고 설명했다.

우윤근 전 주러대사는 "이같은 (어려운) 때일 수록 민간부문의 경제 교류를 활발히 하려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러 관계가 정치·외교 부문에서는 얼어붙었지만, 전쟁 이후 러시아 시장을 포기할 게 아니라면 민간에서 물밑 접촉을 이어가야 한다는 설명이다.

우 대사는 "'신냉전' 구도에서 정부의 외교 방향이 이해되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우리가 러시아와 전쟁을 할 것은 아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러시아와의 관계를) 숙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상현 세종연구소 소장은 "러시아 및 중국이 북한을 지원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소장은 "현재 상황에서 러시아 내 우리 기업들의 어려움이 커질 수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러시아) 후폭풍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한·미·일에 맞서 중국 러시아가 북한을 지원하는 '맞불' 전략에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