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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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변인이 실장급(1급)으로 격상되면 고위공무원단 인사 적체도 상당히 해소될 것 같습니다. 고참 국장들에겐 승진 기회가 확대된 것이니까요.”

정부가 최근 7개 부처의 대변인 직급을 현 국장급(2급)에서 실장급(1급)으로 격상한다고 발표한 후 세종시에 있는 한 경제부처 간부들이 잇따라 들려준 얘기다. 이르면 이달 말부터 기획재정부, 교육부,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산업통상자원부, 고용노동부, 국토교통부 등 7개 부처의 대변인 직급은 1급으로 격상된다.

정부조직 담당 주무 부처인 행안부는 대변인 직급 격상 이유에 대해 “국민 생활과 밀접하고 국민적 관심이 높은 정책 현안에 대해 전략적 홍보 및 공유‧소통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실장급 대변인을 주축으로 정책과 홍보의 유기적 관계를 구축하고, 부처 주요 정책의 국민 체감도가 높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는 것이 정부의 공식 설명이다.

대변인 직급이 한 단계 격상되면 해당 부처에서 홍보 조직의 목소리가 한층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예컨대 기재부에서 현 1급 자리는 차관보, 기획조정실장, 재정관리관, 세제실장, 예산실장, 국제경제관리관 등 6개다. 여기에 대변인까지 1급으로 추가되면 홍보 조직의 목소리가 다른 실 조직에 버금갈 것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일부 부처에서 대변인 직급 격상을 반기는 속내는 따로 있다는 후문도 들린다. 대변인 직급이 격상된 7개 부처의 공통점은 조직 규모에 비해 1급 자리가 적다는 점이다. 이번에 대변인이 새 1급 자리로 지정되면서 고위공무원단 가급(1급)의 인사 적체가 일부 해소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기재부에선 대변인 직급이 격상된 후 새로운 고참 국장들이 차기 대변인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예산실의 A심의관, 공공정책국의 B국장을 비롯한 행시 37회 출신 고참 국장이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다. 현 조용범 대변인(행시 39회)보다도 모두 고참이다. 1급 자리가 신설되면서 고참 국장들에겐 승진의 기회가 확대된 것이다.

대변인 직급이 상향되면 조직 내부에서 홍보 조직의 목소리가 커질 수는 있지만 정작 홍보 강화라는 본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이번 개편으로 기존에 국장(2급)·과장(4급)으로 이뤄졌던 대변인 조직은 실장(1급)·과장(4급)이라는 기형적 체계로 운영하게 됐다.

과거 대변인실에서 근무했던 한 경제부처 간부는 “진정한 홍보 강화가 필요했다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틀어 관련 대변인 조직 인원을 대거 늘려야 했다”며 “대변인 조직에서 근무하는 실무 사무관·주무관에 대한 지원이 더 절실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간부는 “대변인 직급 격상으로 주요 정책의 국민 체감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논리는 탁상공론에 불과하다”며 “결국 얼마나 효율적인 수단을 통해 얼마나 적극적으로 홍보할 지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