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실험·역학연구 모두 근거 부족"…당뇨병학회 "바영양감미료 섭취 줄이려 노력해야"
"아스파탐 발암위험 '제한적'이지만 고용량·장기사용 삼가야"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 식품첨가물합동전문가위원회(JECFA)가 14일 인공감미료 아스파탐에 대한 발암성 평가를 마무리하고 '발암 가능 물질'(2B)로 최종 분류했다.

또 같은 인공감미료인 메틸유제놀과 이소유제놀에 대해서는 각각 '발암 추정 물질'(2A), '발암 가능 물질'(2B)로 결정했다.

IARC의 발암 물질 분류는 그 위험도에 따라 1, 2, 3 그룹으로 나뉜다.

발암 물질로 최종 확인된 게 1그룹이고, 발암 추정 물질과 발암 가능 물질은 각각 2A, 2B 그룹으로 각각 분류한다.

발암 여부에 대한 분류가 불가능한 경우는 3그룹에 들어간다.

각 물질의 발암 가능성을 확률적으로 보자면, 1그룹이 100%, 2A 그룹이 75%, 2B 그룹이 50% 정도에 해당한다.

IARC는 발암 물질을 분류하는 데 있어 세계 최고의 권위를 갖는다.

대개는 특정 물질의 발암성과 관련한 전 세계 최고 전문가들(약 25명)을 IARC가 위치한 프랑스 리옹에 초대해 약 1주일 동안 위험 평가 회의를 연다.

이 전문가들이 기존에 출간된 역학자료, 동물실험 자료, 발암기전 자료들을 리뷰하고 최종일에 투표로 그룹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이번 평가에는 영국, 미국, 오스트리아, 캐나다, 포르투갈, 일본, 프랑스, 브라질 등의 전문가가 참여했다.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강대희 교수는 "평가 과정에서 발암성 분류에 가장 중요하게 기여하는 자료는 역학 연구 결과인데, 특히 대규모의 전향적 코호트 연구가 큰 영향을 미친다"면서 "아무리 동물실험에서 일관적으로 발암성이 입증됐다고 해도 코호트 연구 결과가 없다면 그룹 2A 이상으로 분류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발암성을 평가하는데 인용된 기존 연구자료가 충분한지에 기초해 평가하기 때문에 연구결과가 추가돼 발암성의 증거가 더 많아지면 그룹이 바뀌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평가 결과는 JECFA가 이날 의학 저널 '랜싯'(Lancet)에 발표된 보고서에서도 확인된다.

위원회는 우선 아스파탐에 대해 발암 증거가 '제한적'(limited)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발표된 연구 논문을 종합 분석한 결과, 당뇨병 상태에 따른 간세포 암종 발현에 대한 연관성만 유효하고, 다른 암 유형에 대해서는 연관성이 '부적절'(inadequate)한 것으로 평가됐다는 게 위원회의 설명이다.

간세포 암종에 대한 연관성은 미국에서 이뤄진 두 개의 대규모 코호트 데이터가 주요하게 인용됐다.

또 쥐, 개, 햄스터 등을 이용한 동물실험에서도 아스파탐 노출 후 간세포암, 신장암, 백혈병 등이 발현됐다는 보고가 있지만, 연구의 설계와 해석 등이 적절한지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고 위원회는 덧붙였다.

하지만 이 같은 결정 과정에서 위원회 소속 전문가들 사이에 상당한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위원회는 보고서에서 "실무 그룹 중 일부는 암 유발에 대한 실험동물의 증거가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이 때문에 그들은 아스파탐에 대해 그룹 2B 분류가 아닌 그룹 2A 분류를 지지했다"는 내용을 공개했다.

반면 위원회는 메틸유제놀에 대해서는 동물 실험에서 암에 대한 '충분한'(sufficient) 증거가 있다고 평가했다.

두 개의 실험동물 연구에서 간세포암과 피부 섬유종 등의 악성 신생물 및 염증 물질 증가가 확인됐다는 것이다.

식품에 첨가해 과실 향료로 내는데 사용되는 아이소유제놀은 일부 암 발생이 동물실험에서 관찰된 것을 두고 위원들 간 의견이 엇갈린 끝에 최종적으로는 통계적인 유의성 미흡 등의 이유로 '제한적' 평가가 내려졌다.

독성학 전문가인 서울대 약대 서영준 교수는 "JECFA의 보고서는 현재까지 발표된 논문과 역학 데이터를 볼 때 아스파탐이 직접적으로 암을 일으킨다는 증거가 없다는 게 결론"이라며 "아직은 인과관계가 부족하고 의심이 가는 정도의 단계로 볼 수 있는 만큼 향후 인과관계를 밝혀내기 위한 추가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WHO의 발암 물질 분류와 관련, 대한당뇨병학회는 "비영양 감미료의 고용량 또는 장기적 사용을 권고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냈다.

설탕과 시럽 등의 첨가당 대신 아스파탐처럼 단맛은 강하면서 열량, 탄수화물 함량이 적은 비영양 인공감미료 제품으로 대체하는 경향이 있는 데 따른 주의를 당부한 것이다.

학회는 "비영양 감미료의 혈당 개선 및 체중 감량 효과에 대한 장기간의 연구와 안전성에 대한 충분한 결과가 부족한 상항"이라며 " 궁극적으로는 최근 비영양 감미료에 대한 다양한 위험성이 보고되고 있는 만큼 당뇨병 환자는 당류가 포함된 식품뿐만 아니라 비영양 감미료가 포함된 식품의 섭취도 줄이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