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런던 사진 경매를 통해 본 한류
올해 1월 첫주 경기 파주에 있는 최랄라 사진작가의 작업실을 방문했다. 영국 런던에서 온 필립스옥션의 유럽 사진 부문 총책임자인 야마지 유카와 함께였다. 작업실에 들어서는 순간 중앙에 자리한 강렬한 작품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작가의 포트폴리오를 보면서 유카는 작업 방식과 작가의 의도 등에 관해 질문했다. 작업실을 나오면서 유카는 놓여있던 작품에 큰 관심을 보이며 세련된 색상대비가 매우 매력적이라고 극찬했다. 그 작품이 런던 경매에 나오면 많은 컬렉터가 주목할 것이며, 높은 가격에 낙찰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어 이지영 작가 작업실을 방문했다. 일정을 잡을 때부터 예상했지만 매우 정돈되고 치밀한 성격은 작업실 내부에서도, 그의 작업 과정에서도 볼 수 있었다. 준비된 자료와 질문들로 미팅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어떻게 제 작업을 알고 연락하게 됐을까요?” 최랄라 작가도, 이지영 작가도 한결같이 유카에게 한 질문이었고, 사실 나도 물어보고 싶은 대목이었다. 한국 사진작가의 작품을 해외에서 먼저 알아본 것이다. 이정 작가의 개인전을 앞둔 S2A갤러리를 방문했을 땐 그의 작품을 지난 몇 년간 꼭 출품하려고 애썼다며, 이번에는 꼭 출품할 수 있기를 희망하기도 했다.

영어 단어 ‘얼티미트(ultimate)’는 ‘최후의’ ‘마지막의’ ‘궁극적인’이라는 뜻이다. 사진의 에디션 중 다 판매되고 마지막 남은 1개의 에디션을 경매에 올리는, 필립스옥션 런던 사진 경매의 특별기획 섹션 이름이기도 하다.

지난 5월 런던 사진 경매의 얼티미트 부문에는 최랄라, 이지영, 이정, 민병헌, 이정진 등 한국 작가의 작품 다섯 점이 소개됐다. 런던 버클리스퀘어에 있는 필립스옥션 런던 본사 전시장에 리처드 아베돈 같은 대가의 작품들과 한국 작가의 작품들이 나란히 전시되기도 했다. 경매 당일 유럽 미국 등 세계 각지의 사진 컬렉터들이 전화와 온라인으로 응찰하고 경합했다. 17번째 얼티미트 출품작은 100% 낙찰됐다.

11명의 작가 중 8명이 작가 최고 기록을 세웠으며 이 중 4명은 한국 작가였다. 한국 현대 사진에 대한 글로벌 사진 컬렉터 커뮤니티의 높은 관심과 작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 것이다. 소파에 누워있는 여인을 포착한 최랄라의 경매 데뷔작이 추정가의 두 배가 넘는 2만7940파운드(약 4600만원)에 낙찰돼 눈길을 끌었다.

K팝, 영화, 드라마 같은 대중문화부터 클래식 음악까지 대한민국의 각종 문화가 세계에 널리 퍼지며 알려지고 있다. 이제는 한국 미술의 다양한 장르도 해외에서 인정받고 있고, 그야말로 ‘미술 한류’로 확장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