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광석서 산소 떼낼 때 수소 쓰면 이산화탄소 대신 물 나와
비영리 싱크탱크 보고서…"대비 안하면 산업 경쟁력 잃을 수도"
"국제사회 '넷제로 철강' 추구…수소환원제철 빠르게 확대해야"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의 15% 이상을 차지하는 철강업에서 '지구 온도 상승 폭 1.5도 제한' 목표에 맞게 탄소 배출량을 줄이려면 '수소환원제철'을 정부 계획보다 빠르게 확대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국제적으로 '탄소중립 철강'에 대한 요구가 커져 이에 대비하지 않으면 산업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고 우려하는 상황이다.

비영리 싱크탱크인 사단법인 넥스트는 13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한국 철강산업 넷제로(탄소중립) 로드맵 및 전략'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철강산업 탄소 배출량은 2020년 기준 1억4천만t(기업이 직접 배출한 탄소와 소유 자산에서 간접 배출한 양)으로 2018년보다 9% 줄었다.

다만 조강생산량이 같은 기간 7% 감소했다는 점에서 철강업 탄소 배출량은 사실상 줄어들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앞서 정부는 '2050년 탄소중립 시나리오'에서 철강산업에서 직접 배출되는 탄소량을 2050년 460만t으로 2018년(1억1천200만t)의 5% 수준으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이 계획대로면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제시한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온도 상승 폭 2도 경로'는 따를 수 있지만 '1.5도 경로'는 따르지 못한다는 게 보고서 지적이다.

보고서는 우선 고로(철광석에서 산소를 떼는 용광로) 수명을 50년으로 제한하자고 제안했다.

탄소 배출량으로는 '또 하나의 석탄발전소'인 고로 중 낡은 것들을 폐기해야 '그린철강 생산설비' 구축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수소환원제철의 조속한 확충도 제안했다.

수소환원제철은 철광석에서 산소를 떼어낼 때 수소를 이용하는 방식으로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환원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아닌 물이 나온다.

철강업계에서는 '꿈의 기술'로 불린다.

정부는 2월 발표한 '저탄소 철강생산 전환을 위한 철강산업 발전전략'에서 2030~2040년 300만t급 수소환원설비를 상용화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포스코는 2033년 250만t급 수소환원 플랜트를 지은 뒤 2040년 규모를 500만t으로 늘리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보고서는 수소환원제철 설비 신·증설을 앞당겨 이 방식으로 생산하는 철강이 2040년엔 1천250만t(국내 총 철강 생산량의 약 16%), 2050년엔 3천650만t(47%)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보고서는 ▲ 수소환원제철 상용화 전 환원제로 천연가스·철스크랩(고철) 비중 증대 등 저탄소 공정 구축 ▲ 전기로 비중 확대 ▲ 직접환원철(철광석을 고체 상태로 두고 환원가스로 환원시켜 만든 철·DRI)과 수소 등 원재료·연료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도 제안했다.

보고서는 "유럽연합(EU) 탄소국경조정제(CBMA)가 10월부터 시험 시행되고 미국도 이와 비슷한 제도를 도입하려고 하는 상황으로 철강업 탄소 배출량 감축은 더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면서 "탄소감축비용과 탄소배출권 가격 차를 제품값에 반영되도록 하거나 정부가 지원금을 줘서 탄소 배출량 감축을 유도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허민호 넥스트 수석연구위원은 "글로벌 자동차·건설·풍력 기업을 중심으로 넷제로 철강을 쓰자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라면서 "이에 대비하지 않으면 한국 철강산업은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