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의 총파업이 어제까지 열흘째 이어졌다. 12일에는 민노총 산하 금속노조가 총파업을 벌였다. 국내 최대 사업장인 현대자동차 노조를 비롯해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8개 국내 조선사 노조가 파업에 동참했다. 부분 파업이긴 하지만 임금이나 근로조건과 무관한 정치파업이라는 점에서 우려와 비판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민노총이 ‘7월 대규모 총파업’을 예고한 것은 지난 2월이다. 양경수 민노총 위원장은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모든 투쟁을 반(反)윤석열 투쟁으로 진행하겠다”며 “그 어느 때보다 규모 있는 총파업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 드라이브에 총파업으로 맞서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민노총은 3월 투쟁선포대회를 시작으로 5월 총궐기, 5~6월 최저임금 투쟁, 7월 총파업 일정표에 따라 집회와 시위를 이어왔다. 파업을 미리 짠 일정에 따라 연례행사처럼 벌이는 나라가 한국 말고 또 있을까.

민노총은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는 참여하지 않은 채 투쟁만 강조해왔다. 총파업은 노조 본연의 목적인 임금·근로조건 향상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정치투쟁의 수단이 돼버렸다. 이번 총파업에서도 정권 퇴진, 일본 원전 오염수 해양 투기 저지 등 정치성 구호가 요란하다.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 마당이다. 그나마 수출을 이끄는 자동차, 조선 등의 파업이 하반기 경기 반등과 수출 회복의 불씨마저 죽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노동법상 대체근로가 허용되지 않아 생산 차질이 불가피하다.

이런 마당에 업종별 총파업도 예고돼 있다. 금속노조에 이어 보건의료노조와 사무금융노조, 전교조와 화섬노조 등이 줄줄이 나설 예정이다. 특히 보건의료인력 확충 등을 요구하는 보건의료노조의 13~14일 총파업에 사상 최대 규모인 4만5000여 명이 참가하고, 17일부터는 자체 파업을 무기한 계속할 것이라고 한다. 의료 현장의 진료 차질과 혼란은 벌써부터 빚어지고 있다. 국립암센터의 경우 13~14일 예약된 암 수술 100여 건이 취소됐다. 때로는 열변보다 조용한 설득이 더 큰 힘을 발휘한다. 파업 철회 등 각 부문의 이성적 대처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