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규 원전 건설 검토를 포함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 10차 전력수급계획에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계획이 포함된 데 이어 11차 전력수급계획에선 신규 원전 건설 계획까지 되살려질 가능성이 커졌다. 내년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이 포함된 전력수급계획이 나온다면 2015년 7차 전력수급계획에 신한울 3·4호기 건설이 반영된 이후 9년 만에 정부 차원의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이 부활하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10일 이창양 장관 주재로 열린 29차 에너지위원회에서 다수 민간위원이 ‘신규 원전을 포함한 전력 공급 능력 확충 필요성’을 주문했다. 민간위원들은 “산업과 생활 전반의 전기화와 첨단산업 투자 등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신규 원전을 포함한 새 전원 믹스 구성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지난 1월 확정된 10차 전력수급계획엔 2021년 27.4%이던 원전 비중을 2030년 32.4%로 확대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지난 정부 때 중단된 신한울 3·4호기의 건설 재개 등을 새롭게 반영한 수치다. 문재인 정부가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상향안’에서 제시한 원전 비중 목표치(23.9%) 대비 크게 확대됐다.

10차 전력수급계획은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해인 2022년 내에 시행돼야 했던 만큼 수립 기간이 짧아 정부의 국정철학을 온전히 반영하긴 어려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이달 말 수립에 들어가는 11차 전력수급계획이야말로 윤석열 정부의 국정철학을 보여주는 청사진이 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신규 원전 건설을 검토하겠다고 공식 언급한 만큼 11차 전력수급계획엔 관련 계획이 포함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신규 원전 건설의 필요성은 에너지 전문가를 중심으로 줄곧 대두돼 왔다. 반도체, 2차전지 등 첨단산업 투자가 늘어나고 전기자동차 보급 확산 등 전력 수요 증가 요인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신재생에너지 확대만으로는 늘어나는 전력 수요를 안정적으로 메우기 어렵고, 탄소중립 정책 추진에 역행하는 화력 발전을 늘리기도 쉽지 않다.

에너지업계에선 윤석열 대통령이 5월 박일준 당시 산업부 2차관을 강경성 현 2차관으로 교체한 이후 원전 생태계 복원에 탄력이 붙고 있다고 분석한다. 윤 대통령이 2차관을 교체한 것은 산업부에 ‘원전 정상화에 더 속도를 내라’는 메시지를 준 것으로 업계는 받아들였다. 2차관 교체 이후 산업부는 정부 차원의 인허가 절차를 과거 원전보다 19개월 앞당겨 신한울 3·4호기 실시계획을 승인하는 등 원전 생태계 복원에 속도를 내고 있다.

11차 전력수급계획 역시 과거 대비 빠르게 확정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전력수급계획은 시작 연도 말에야 지연 수립된 관행이 있었지만 이번 전력수급계획은 평년 대비 일정을 앞당겨 이달 말 수립에 들어갈 예정이기 때문이다. 10차 전력수급계획도 2022년이 시작 연도임에도 불구하고 올 1월 확정·공고되는 등 지연 수립됐다. 에너지위원회 한 위원은 “이르면 내년 초에는 전력수급계획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