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이 8일(현지시간)로 개전 500일을 맞은 가운데 우크라이나가 ‘저항의 상징’을 내세우며 대반격을 강화하기 위한 내부 결집에 나섰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흑해의 뱀섬(즈미니섬)을 방문했다. 뱀섬은 우크라이나에 저항의 상징이다. 개전 직후 러시아군이 뱀섬을 점령하자, 수비대원들이 결사 항전해서다.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6월 뱀섬을 탈환했다. 러시아군에 포위된 채 마리우폴 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 약 80일간 항전하다 포로가 된 우크라이나군 지휘관들도 같은 날 생환했다. 러시아는 지난해 9월 지휘관들을 포로 교환으로 석방하면서 종전 때까지 귀국하지 말고 튀르키예에 머물러야 한다는 조건을 붙였다. 이들이 귀국하자 러시아는 합의 위반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사기 진작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우크라이나군은 지난달 5일 봄철 대반격에 들어갔지만, 한 달여 동안 탈환한 러시아 점령지는 9개 마을(면적 160㎢)로 대반격이라는 선언치고는 성과가 미미하다는 평가도 있다. 다만 우크라이나군이 가용 전력을 모두 투입하지 않은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이 지원을 약속한 F-16 전투기가 아직 우크라이나에 도착하지 않은 데다, 이를 엄호할 지상 병력도 갖춰지지 않았다. 장거리 공격수단도 고갈된 상황이다. 전면전에 앞서 1200㎞에 달하는 전선에서 취약한 지점을 미리 탐색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개전 500일 전날인 7일 미국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집속탄을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지상에 닿기 전에 폭발하도록 설계돼 살상력이 큰 무기다. 불발 비율이 높아 2008년 국제사회는 집속탄 금지 협약을 체결했다. 이 때문에 동맹들이 반발하자 미국은 집속탄 지원이 한시적이라고 해명했다.

우크라이나는 외교전에도 주력하고 있다. 오는 11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서 자국의 가입을 촉구할 방침이다. 튀르키예도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을 지지하며 친서방 연대로 기운 모습을 보였다. 다만 전쟁 중인 국가는 NATO에 가입할 수 없다는 규약 때문에 당장 가입은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한편 러시아에서 무장 반란을 일으켰던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지지자 약 300명이 이날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모였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지난 6일 프리고진이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다며 “아마도 오늘 그는 모스크바나 다른 곳으로 갔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그의 행방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