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 떠나는 김봉진 의장…"인생의 큰 쉼표 찍는다"
배달플랫폼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의 창업자 김봉진 우아DH아시아 의장(사진)이 회사를 떠난다. 2020년 12월 회사를 독일 배달업체 딜리버리히어로(DH)에 매각한 지 2년7개월 만, 올 2월 대표이사직을 내려놓은 지 약 5개월 만이다. 그는 2010년 우아한형제들을 창업한 지 13년 만에 회사를 완전히 떠나게 됐다.

김 의장은 7일 배민 임직원에게 ‘고맙고 고맙습니다’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보냈다. 그는 “우리 구성원과 함께한 열정의 시간이 너무 행복했다”며 “그러나 열정은 너무 뜨겁고 너무 큰 힘을 쓰는 일인지라 좋은 쉼표가 있어야 좋은 마침표로 완성된다”고 썼다. 이어 “이제 제 인생의 큰 쉼표를 찍는다”고 했다. 김 의장이 맡았던 우아DH아시아 의장직을 내려놓겠다는 의미다. 그는 2020년 12월 우아한형제들을 DH에 매각하며 우아DH아시아 의장직을 맡았다.

김 의장은 이 회사 고문으로 활동하며 경영 자문을 맡을 예정이다. 그는 이메일에 “‘우리들의 배민’과의 연결은 계속될 것”이라며 “고문이라는 역할로 여러분과 연결돼 뜨거운 도전에 지속해서 힘을 더할 것”이라고 했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김 의장은 회사 비전 및 리더십과 관련한 자문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작년 말 기준 김 의장의 우아한형제들 지분율은 8.35%다.

김 의장은 ‘새로운 도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새로운 도전을 위한 작은 시작 앞에서 여러분과의 시간을 가슴에 담아 본다”며 “이제 ‘경영하는 디자이너’가 진짜 좋아하던 디자인이라는 일에 대한 새로운 도전도 해보고 싶다”고 했다. 또 “‘작은 생각 하나’와 ‘뜨거운 열정 하나’를 품고 세상과 맞짱을 떠보려는 후배들도 도와 보려 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창업의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그는 “새로운 도전에 배민 구성원이 응원해 주면 큰 힘이 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 의장은 “여러분을 생각하면 ‘고맙다’는 말밖에 떠오르지 않는다”며 “고맙고 또 고맙다”고 하며 글을 맺었다.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하며 3년 만에 영업이익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우아한형제들은 작년 연결 기준 매출 2조9471억원, 영업이익 4240억원을 올렸다.

매출은 2021년 처음 2조원을 넘어선 지 1년 만에 47% 증가했다. 국내 배달 시장은 배민이 70%, 요기요가 20%, 쿠팡이츠가 10% 안팎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3강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배달업계는 큰 도전에 직면한 상황이다. 소비자들이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과 비싼 배달비를 이유로 배달 시장을 떠나고 있기 때문이다.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배민, 요기요, 쿠팡이츠의 월간활성이용자(MAU)는 2920만 명으로 작년 6월(3182만 명)보다 8.2% 줄었다. 1년 새 경남 인구(260만 명) 수준의 이용자가 배달 앱을 끊은 셈이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