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퓨처엠이 2030년까지 배터리 핵심 소재인 양극재 생산능력을 연 100만t 규모로 늘린다. 양극재 제조에 필수적인 전구체 투자도 확대한다. 포스코퓨처엠은 이를 통해 2차전지 소재 분야에서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퓨처엠은 이 같은 내용을 중심으로 한 2차전지 소재 투자 계획을 마련했다. 기존 생산능력 목표치는 2030년까지 양극재 연 62만t이었다. 기존 목표치 대비 40%가량을 상향 조정한 것이다. 이와 함께 양극재 소재인 전구체 투자를 더 확대한다는 방향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은 양극재 제조 때 반드시 들어가는 전구체의 90% 안팎을 중국에서 조달하고 있다.포스코퓨처엠이 2차전지 소재 생산능력을 대폭 늘리기로 한 것은 전기차 수요 증가에 따라 배터리 수요도 급증할 것으로 보고 있어서다. 포스코그룹도 최근 포항제철소 준공 50주년 행사에서 2차전지 소재를 철강, 수소 등과 함께 향후 50년을 책임질 ‘미래 먹거리’로 꼽았다.포스코퓨처엠, 대규모 증설로 '양극재 초격차'포스코퓨처엠은 올 들어서만 삼성SDI(40조원), LG에너지솔루션(30조3000억원), 얼티엄캠(13조2000억원) 등과 총 83조5000억원 규모의 양극재 공급계약을 맺었다. 계약 기간은 최소 3년에서 최장 10년이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양극재 수요는 앞으로 더 폭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과 중국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는 글로벌 양극재 시장에서 포스코퓨처엠은 대규모 증설을 통해 공급능력을 키우며 초격차를 이루겠다는 전략이다.포스코퓨처엠의 새로운 양극재 생산능력 목표치는 국내 주요 양극재 회사를 압도한다. LG화학은 2028년까지 연 47만t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에코프로는 2027년까지 연 71만t, 엘앤에프는 2026년까지 연 40만t 생산능력 확보가 목표인 것으로 알려졌다.포스코퓨처엠은 지난해 기준 경북 포항과 전남 광양 등의 생산시설을 통해 연 10만5000t의 양극재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와 함께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의 합작회사인 얼티엄캠을 통해 캐나다 퀘벡주 등에 연산 6만t 규모의 양극재 공장을 건설 중이다. 지금까지 추가로 발표한 연산 25만t(포항 16만t, 광양 9만t) 증설을 고려해도 추가로 투자가 필요한 공장만 연 60만t 규모에 가깝다.통상 배터리 소재 업계는 연산 1만t의 양극재 공장을 건설할 때 1000억원 안팎의 자금이 들어가는 것으로 추산한다. 양극재 공장에만 포스코퓨처엠이 최소 9조원가량을 추가 투자해야 한다는 얘기다. 여기에 전구체 공장에 투자할 경우 투자비는 더 불어난다. 양극재 1t을 만들 때 전구체도 1t이 필요하다.국내 투자 지역은 현재 공장이 있는 포항과 광양 등이 유력하다. 이곳에 공장 부지 등이 부족할 땐 최근 2차전지 소재회사가 몰리고 있는 새만금 등도 검토할 것으로 전해졌다. 해외에선 캐나다를 포함해 미국 등 북미 지역이 주로 고려되고 있다.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은 지난 3일 포항제철소 준공 50주년 기념행사에서 2차전지 소재 등을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꼽고 대규모 투자를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포스코그룹이 향후 8년간 철강, 2차전지, 수소 분야 등에 121조원을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중 국내 투자금이 73조원이다. 포스코는 구체적인 부문별 투자 규모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포스코 창사 후 처음으로 철강보다 비(非)철강(2차전지 소재, 수소) 투자금을 더 많이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
지난달 29일 찾은 광양시 금호동 포스코 광양제철소의 무방향성 전기강판 공장. 오는 10월 1단계 준공을 앞두고 연산 15만t 규모의 ‘하이퍼 NO’를 생산할 수 있는 설비반입이 모두 완료된 상태였다. 천장까지 치솟은 대형 설비들은 가동 준비를 마치고 24만㎡(7만3000평) 크기의 공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포스코는 내년 10월 2단계 준공을 완료해 추가로 연산 15만t 규모의 하이퍼 NO 생산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연산 10만t 규모의 포항제철소에 이어 광양제철소에서 연산 30만t 규모로 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총 40만t 규모로, 매년 전기차 500만대의 구동모터 코어를 만들 수 있는 양이다. 친환경차 모터 핵심 소재 '하이퍼 NO'무방향 전기강판은 전기차를 비롯한 친환경차의 심장인 모터의 핵심 소재다. 전기강판은 규소를 1~5%에 함유해 일반 강판 대비 전자기 특성이 뛰어나고 철손(모터코아의 철심에서 발생하는 전력손실)이 낮다. 전기강판은 방향에 따라 활용 범위가 달라지는데, 모든 방향에서 균일한 자기적 특성을 보이는 무방향 전기강판은 모터에 탑재되는 로터와 스테이트를 만드는 데 쓰인다. 무방향 전기강판은 철손값에 따라 등급이 나뉘는데, 하이퍼 NO는 철손값이 3.5W/㎏(1㎏당 3.5와트) 이하인 고효율 제품이다.하이퍼 NO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전동화 추세에 맞춰 수요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전력손실이 적은 전기강판일수록 모터 회전속도가 빨라져 전기차의 주행거리를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지난해 4월 1조원을 투자해 광양제철소의 무방향성 전기강판 공장 착공에 나선 배경이다.이 회사는 하이퍼 NO 두께를 0.15㎜까지 만들 수 있는 독보적인 기술력도 갖췄다. 두께가 얇을수록 모터가 회전할 때 발생하는 전기에너지 손실을 줄일 수 있다. 안형태 포스코 투자엔지니어링 하이퍼 NO 능력증대 태스크포스(TF) 팀장은 “포스코의 하이퍼 NO는 일반 전기강판보다 에너지 손실이 30%가량 낮다”며 “현재 국내 철강업체 중 전기강판을 만드는 업체는 포스코가 유일하다”고 말했다.포스코는 하이퍼 NO를 소둔산세공정(APL)과 압연공정, 소둔코팅공정(ACL) 등 세 공정을 통해 생산한다. 제강과 열연을 거쳐 생산된 열연코일은 APL 공정을 거쳐 하이퍼 NO의 기본 모습으로 만들어진다. APL은 열 연판을 1200도의 고온에서 열처리해 제품 균일성을 확보하고, 열연코일 표면에 잔류한 산화층을 제거하는 설비다. 이후 압연기인 ZRM 설비를 거쳐 길이 방향과 폭 방향의 균일한 두께 품질을 확보하게 된다. 이런 과정을 거친 후 ACL 설비를 통해 최종제품 생산이 이뤄진다. '기가스틸' 거점 확보에도 주력 "친환경 소재 전문업체 도약"포스코는 꿈의 강판이라 불리는 초고강도 강판 ‘기가스틸’에도 속도를 낸다. 1제곱밀리미터 면적당 100kg 이상 하중을 견딜 수 있어 차량 부품 소재 두께를 줄여 경량화가 가능하다. 전기차는 배터리팩의 무게로 내연기관 차량보다 무게가 25%가량 더 무겁기 때문에 안정적이면서도 가벼운 무게를 갖춘 기가스틸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다.포스코는 일찌감치 기가스틸 고도화에 뛰어들었다. 기가스틸을 45% 이상 적용해 기존 차체 대비 차량 무게를 26%가량 줄인 전기차 차체 실증 모델을 최초로 개발했다. 2021년 9월엔 기가스틸 100만t 생산체제를 구축하고, 중국 현지 가공센터인 ‘포스코-CSPC’에 기가스틸 전문 복합가공 공장을 준공했다. 현재 건설 중인 연산 90만t 규모의 자동차용 도금강판 공장에도 기가스틸 생산 라인을 구축할 예정이다.포스코는 자동차 강판 전문 제철소를 넘어 친환경차 전문 제철소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다. 지난해 광양제철소는 820만t 고품질 자동차 강판을 생산해 국내외 주요 자동차 업체와 부품사에 공급했다. 전 세계 자동차 10대 중 1대는 포스코의 강판을 사용했다는 얘기다. 회사 관계자는 “친환경차 시대를 선도하는 생산 체제를 단계적으로 구축해 차세대 강종 개발을 가속화해 친환경차 소재 전문 메이커로 발돋움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광양=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
"다섯 개의 용광로에서 하루 약 6만t의 쇳물을 생산합니다."지난달 30일 방문한 포스코 광양제철소 관계자는 "하루에 일반 자동차 6만대를 만들 수 있는 양"이라며 이같이 소개했다. 전남 광양에 위치한 이곳은 자동차 강판을 전문으로 생산하는 공장이다. 면적은 여의도 7배(647만평)에 달해 단일 규모로는 세계에서 가장 크다.광양제철소는 지난해 약 820만t의 자동차 강판을 생산해 국내외 주요 자동차, 부품사에 공급했다. 전 세계 자동차 판매량이 연간 8000만대 수준이므로 지난해 판매된 자동차 10대 중 1대꼴로 포스코가 생산한 자동차 강판을 사용한 셈이다.이날 방문한 곳은 철강 반제품인 슬래브를 압연해 코일로 만드는 3열연 공장과 초고강도 강판 '기가 스틸'을 생산하는 7CGL, 언론에 처음 공개된 전기 강판 공장 건설 현장이다.첫 번째로 방문한 3열연 공장. 두꺼운 널빤지 형태의 슬래브를 얇고 긴 철판, 열연 제품으로 만드는 곳이다. 공장 안으로 들어서자 1200℃에 달하는 슬래브의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다. 안전을 위해 3층 높이에서 공정을 살펴봤지만, 슬래브가 옆을 지나갈 때면 깜짝 놀라 몸을 돌려 피하게 될 정도로 뜨거웠다.슬래브는 회전하는 롤 사이를 통과하며 얇고 길어진다. 현장 관계자는 45mm 이상 두께에서 신용카드 두께인 1.2mm까지 얇아진다고 설명했다.압연 공정을 거치고 얇아진 슬래브는 두루마리 휴지처럼 돌돌 말린 형태의 코일로 가공한다. 열연 제품은 건축 자재와 파이프 등 산업체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다. 열연 제품을 실온에서 더 얇게 가공한 냉연 제품은 열연코일과 달리 매끈한 은색 빛을 띈다. 냉연제품은 일반 가전제품이나 드럼, 자동차 프레임으로 사용되고 냉연 제품 표면에 아연을 도금한 제품은 고급 가전제품과 사무기기, 자동차 외장 등에 활용된다.다음으로 방문한 곳은 꿈의 강판이라 불리는 초고강도 강판 '기가 스틸'을 생산하는 7CGL이다.기가 스틸은 강판의 양쪽 끝을 잡아당겼을 때 늘어나는 인장 강도가 1기가 파스칼(GPa)급 강판을 뜻한다. 손바닥만 한 크기의 강판으로도 1t짜리 준중형차 1500대 하중을 견딜 수 있을 만큼 단단하다는 설명이다.용융아연도금강판 공장(CGL)은 고급자동차용 소재인 초고장력강판(AHSS·Advanced High Strength Steel) 생산에 특화돼있다. 고장력 강판인 AHHS는 일반 자동차 강판과 비교해 차체 중량이 30%가량 가볍다. 주행 가능 거리와 충돌 시 배터리 안전을 위해 경량화와 충돌 안정성이 중요한 전기차에 주로 활용된다.포스코는 전기차 중심으로 전환하는 자동차 산업에 대응해 기가 스틸 생산량을 늘려나가기로 했다. 또한 고강도 소재 복합 가공이 가능한 해외 가공센터를 확대하는 등 안정적 공급체계를 구축해나갈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찾은 전기 강판 공장 건설 현장은 이날 처음으로 언론에 공개됐다. 전기 강판 공장은 곧바로 제품을 만들어낼 것처럼 공사가 대부분 마무리됐다. 현장 관계자는 "곧 시운전 가능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전기 강판 공장 역시 전기차의 전비를 높이는 게 핵심이다. 이곳에서는 전비에 중요한 구동모터용 무방향성 전기강판을 생산할 예정이다.무방향성 전기 강판은 모터의 코어 철심에서 발생하는 전력 손실, 즉 철손량에 따라 등급을 나눈다. 철손값이 3.5W/kg 이하인 경우 '하이퍼 엔오(Hyper NO·고효율 무방향성 전기강판)'로 구분한다. 철손값이 낮은 하이퍼 엔오로 구동모터를 제작하면 모터 효율이 상승한다. 전기 에너지를 회전 에너지로 바꾸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에너지 손실은 일반 전기 강판 대비 30% 이상 적다.안형태 투자엔지니어링실 하이퍼 엔오 능력증대TF팀장은 "전기 강판은 국내 철강사 중 포스코만 생산 가능하다"고 강조했다.포스코가 현재 생산 가능한 하이퍼 엔오 두께는 0.15mm이다. 국내 유일의 전기 강판 생산 기술력에 최신 설비 도입으로 생산 가능 두께를 최대 0.1mm까지 낮춘다는 계획이다. 전기 강판은 두께가 얇아질수록 모터가 회전할 때 발생하는 소음과 열 등 전기 에너지 손실이 낮아져 모터의 효율이 좋아진다. 전기 강판 공장은 오는 10월 1단계 준공 예정이며 지난 3일부터 시운전을 시작했다. 내년 10월 2단계 준공이 완료되면 포항과 광양을 합쳐 연간 40만t의 하이퍼 엔오를 생산하게 된다. 전기차 500만대의 구동모터 코어를 만드는 데 쓰일 수 있는 양에 해당한다.광양=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