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 "벌써 챗GPT 약발 다했나" 투자의견 하향된 SK하이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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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 출시 이후 처음으로 트래픽 감소 소식에 주가 2.48%↓
애널리스트 사이에선 업황 및 AI 기대감이 올린 주가 놓고 고점 논쟁
펀드매니저 “반도체 대신 사들일 대안 없어…급격한 침체는 경계”
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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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주가가 하반기 들어 첫 거래일에 강하게 상승했지만,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고 지난달 종가보다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먼저 부각된 악재는 중국이 반도체를 만드는 데 쓰이는 광물인 갈륨‧게르마늄의 수출을 규제하면서 미‧중 갈등이 다시 고조된 점입니다. 이어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의 지난달 트래픽이 감소했다는 소식도 SK하이닉스 주가를 더 강하게 짓눌렀습니다.

이 와중에 컨센서스에서 벗어나 투자의견을 ‘중립(Hold)’으로 제시한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보고서도 나왔습니다. 가파른 주가 상승으로 12개월 선행 주가순자산비율(PBR)이 2021년 유동성의 고점 수준에 이르렀다는 게 남대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이 돌발 의견을 낸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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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성장의 간판 격인 챗GPT 트래픽은 계속 주목해야 할 지표”

6일 SK하이닉스 주가는 2.49% 내린 11만380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이날 주가 하락은 인터넷 트래픽 통계 사이트 시밀러웹이 집계한 6월 한달 동안의 챗GPT 웹사이트에 대한 전 세계 데스크톱 및 모바일 트래픽이 전달 대비 9.7% 감소했다는 소식 때문이었습니다. 트래픽 뿐만 아니라 순방문자 수는 5.7%, 이용자들이 웹사이트에서 보낸 시간은 8.5% 줄었다고 합니다. 작년 11월 챗GPT가 출시된 이후 트래픽, 순방문자 수, 이용시간이 감소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공모펀드를 운용하는 펀드매니저 A씨는 이번 챗GPT 트래픽 감소가 주목할 만한 이슈라고 평가합니다. 그는 “6월 들어선 이후의 SK하이닉스 주가는 반도체 업황 회복보다 AI 산업 확대 기대감이 만들었다”며 “AI 산업의 간판과 같은 챗GPT의 트래픽 감소는 투자심리를 악화시킬 만한 이슈였고, 앞으로도 신경써야 할 지표”라고 말했습니다.

메모리반도체 종목 중에서 SK하이닉스는 특히 AI산업 확대 기대감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엔비디아가 시장 예상을 훌쩍 뛰어 넘는 가이던스를 내놓아 AI산업 확대 기대감에 불을 붙인 지난달 24일(현지시간) 이후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업체들의 주가 상승률은 SK하이닉스가 9.95%로 가장 높았고, 삼성전자가 4.07%로 뒤를 이었습니다. 마이크론은 오히려 6.72% 하락했습니다.

SK하이닉스의 주가 탄력이 돋보인 이유는 AI 연산용 그래픽처리장치(GPU)에 들어가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반도체 분야의 경쟁 우위입니다. 가장 고성능인 4세대 HBM(HBM3) 반도체는 SK하이닉스만 양산 중입니다. 삼성전자는 올해 4분기부터, 마이크론은 내년 1분기부터 각각 양산할 계획이죠. 차세대 D램 분야에서도 SK하이닉스는 유일하게 128기가바이트(GB) 제품을 양산할 정도로 앞서 나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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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상승 여력 놓고 증권사 애널리스트들 의견 갈려

연초 이후 주가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고점 논란이 생겼습니다.

지난 5일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하향한 남대종 연구원은 “현재 주가(4일 종가 11만7900원)는 12개월 선행 실적을 기준으로 PBR이 1.6배”라며 “2021년에 글로벌 광의의 통화(M2) 증가율이 피크(Peak)에 도달하던 수준까지 반영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11만5000원이던 목표주가를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보고서를 작성할 당시 주가보다 낮은 목표주가를 바꾸지 않은 겁니다.

반면 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KB증권, 한화투자증권, 대신증권, 신한투자증권(목표주가 상향 날짜순)은 SK하이닉스에 대한 목표주가로 15만원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기존 예상보다 반도체 업황 회복 속도가 빠를 것으로 전망하며, 역사적 고점 수준이나 그 이상의 목표 12개월 선행 PBR을 적용해 목표주가를 산출했습니다.

고영민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밸류에이션의 우려가 해소되고 상단이 확장되는 일은 이달 말까지 3차례에 걸쳐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마이크론(지난달 말), 삼성전자(7일), SK하이닉스(26일)의 2분기 실적 발표를 말하는 겁니다.

그는 “마지막 의구심이 남아 있는 7월까지가 이번 사이클에서 편안한 비중 확대를 하기 유리한 마지막 구간일 수 있다”며 “SK하이닉스의 선제적 주가 기울기 강세가 보여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합니다.

펀드매니저 “반도체의 대안 없기에 강세 의견 못 꺾어”

직접 주식을 사고 파는 펀드매니저의 시각은 좀 다릅니다. A씨는 “SK하이닉스를 비롯한 반도체 섹터 주식에 대한 매수 의견을 바꾸려면 대안이 있어야 한다”며 “최근 산업재, 엔터, 미용의료기기 등의 테마가 주목되긴 했지만, 시가총액 규모에서 반도체업종에 비할 바가 아니다”고 평가했습니다. 앞서 그는 올해 연말까지 한국 주식시장은 반도체와 2차전지 섹터가 번갈아가며 주도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습니다.

밸류에이션 논쟁에 대해서도 큰 의미를 두지 않았습니다. 2차전지 섹터에서는 주가수익비율(PER)이 100배에 육박하는 종목도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AI산업도 전기차만큼이나 시장에서 성장성을 인정받는다면 반도체 업황 회복의 속도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게 A씨의 판단입니다. 주식시장의 시선은 AI용 반도체 매출이 본격적으로 실적을 성장시켜줄 2025년을 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주식시장 전체를 무너뜨릴 가능성이 있는 급격한 경기 침체 가능성이 경계해야 할 대상으로 지목됐습니다. A씨는 특히 새마을금고에서의 자금 유출 상황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부동산 관련 대출의 연체율이 빠르게 늘어난 여파입니다.

A씨는 “새마을금고 사태를 실리콘밸리은행(SVB)부터 시작된 미국의 지역은행 부실보다는 조금 더 의미 있다는 생각”이라며 “이번 사건이 급격한 경기침체의 시그널이 되면 주체할 수 없는 정도의 주가 하락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한경우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