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구 부장판사 "판사 업무에 AI 도입하면 법관 증원 불필요"
현직 판사 "리걸테크 막으면 법조계 혁신 말라는 것"
대한변호사협회와 리걸테크(법률서비스와 정보기술의 결합) 업계의 갈등 양상을 두고 현직 고등법원 부장판사가 "법조계는 혁신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강민구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6일 서울법원종합청사 청심홀에서 '생성형 인공지능(AI) 시대와 법조인의 대응 자세'라는 주제로 진행한 강연에서 "미국과 일본에선 리걸테크 업체와 변호사가 상생해 엄청난 효율을 내는데, 한국만 막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강 부장판사는 변협이 리걸테크 이용 변호사를 징계하는 것에 대해 "국내 업체들의 성장을 막으면 결국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가 범용 AI 서비스로 한국 법률시장을 다 먹을 것"이라며 "그때 변협이 MS나 구글을 상대로 민·형사상 조치를 쉽게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변호사 직군에 AI는 양날의 검과 같지만 결국 '혁신의 보검'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개인 변호사나 군소 로펌도 사건을 낮은 단가에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 부장판사는 "법조계는 AI 기술을 적용할 최적의 분야"라며 "레고 블록으로 자동차나 기차를 만들듯 모든 문서를 조립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하고, 소송이 일상복처럼 간편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생성형 AI를 활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업무로는 소장·준비서면 등 법률문서 작성, 논문 작성용 문헌 조사, 예측과 분석, 번역 등을 꼽았다.

그러면서 "판사 업무에 생성형 AI가 도입되면 법관 1명이 10명의 역량을 내고, 재판연구원 30명을 옆에 두는 효과를 누릴 것"이라며 "자연 감소분을 제외하면 법관을 증원할 필요가 없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 부장판사는 이를 위해 불필요한 규제는 없애고 미국과 같은 자율규제를 통해 산업 진흥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내년 1월 정년퇴임을 앞둔 강 부장판사는 법원 내 IT(정보통신) 전문가로 꼽힌다.

그는 1990년대 대법원 종합법률정보포털·데이터베이스 구축, 전자소송제도 마련에 참여했고 2016년 사법정보화발전위원회 초대 위원장을 맡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