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한강, 더 글로리
작년 말 한국관광공사 방콕지사의 초청으로 방한 관광 로드쇼에 참석했다. 태국 방콕의 짜오프라야강은 꽤나 분주하고 활기찬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짜오프라야강은 365㎞에 달하는 태국에서 가장 큰 강으로, 태국 북부부터 남쪽으로 이어져 방콕을 통과해 타이만으로 흘러 들어간다. 수도 방콕을 가로지르는 이 강은 서울의 동과 서를 횡으로 통과하는 한강처럼 도심 젖줄로서의 역할을 수행함과 동시에 다양한 수상 교통수단이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역동적으로 살아 숨 쉬는 물길이다.

인상 깊었던 장면은 방콕 현지인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온 관광객까지 다양한 선박을 활용해 짜오프라야강과 방콕을 경험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수상버스는 방콕 현지인의 교통수단으로서 지상 교통을 보완하는 기능과 함께 수상 관광버스 노선을 통해 외국인 관광객들이 보다 편리하게 관광지를 방문할 수 있도록 플랫폼으로서의 기능을 동시에 하고 있었다.

짜오프라야강을 따라 여행하다 보면 배낭여행자의 천국 카오산로드부터 주요 관광지인 왕궁, 왓포, 왓아룬, 그리고 럭셔리 쇼핑몰인 아이콘시암, 야시장 콘셉트의 쇼핑센터 아시아티크까지 누구나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초특급 글로벌 호텔 격전지답게 특급호텔 및 리조트와 프리미엄 레지던스들이 짜오프라야 강변을 따라 멋진 스카이라인을 연출했다.

경제 규모 면에서 대한민국은 태국보다 약 세 배 크지만, 서울 한강만 놓고 보면 아직 방콕에 비해 수상 교통과 관광 활성화 측면에서 부족함이 느껴진다. 최근 ‘서울특별시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로 다시 한번 한강 개발을 본격 준비하고 있지만 한강은 여전히 펜스로 막혀 있는 공간이 많고 접근성이 떨어진다. 시민들도 한강 ‘둔치’ 혹은 ‘고수부지’라는 올드한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과거 ‘홍수’의 기억을 먼저 떠올린다.

1970~1980년대 프랑스 파리 센강 역시 자주 범람했다. 하지만 파리 시민들은 더욱 애정을 담아 카페를 만들고 가족과 일상을 함께하며 퐁네프다리에서 사랑을 속삭였다. 그 결과 수많은 셀럽과 아티스트의 명소가 됐다. 전 세계 여행객의 로망이 된 파리는 매년 ‘파리 플라주’를 개최해 약 두 달간 센 강변에 인공 해변을 만들고 다양한 스포츠, 수상레저, 수영, 게임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노천카페, 버스킹, 일광욕 등을 즐기는 특별한 장소가 된 것이다.

‘한강의 기적’이라는 성공적인 경제성장의 이미지에서 더 나아가 이제는 한강을 문화관광자원으로 활용해야 한다. 이곳저곳 펜스로 막아두고 보호만 해야 하는 한강이 아니라 서울 시민, 전 세계 관광객이 더 가까이 보고 즐길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서의 인식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