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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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확한 감자를 저장하기 전에 건조할 시간이 필요한데 비가 와서 작업을 중단했습니다. 올여름 출하가 줄어들 수 있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충남지역에서 감자를 재배하는 A씨)

예년보다 빨리 시작된 장마로 농가에 비상불이 켜졌다. 연초 한파, 봄철 저온에 이어 최근 폭염과 장마까지 변덕스러운 날씨가 계속되면서 농작물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다.

◆최고치 찍은 6월 감자 가격

30일 팜에어·한경 농산물가격지수(KAPI)를 산출하는 예측 시스템 테란에 따르면 도매 시장에서 국내산 감자의 6월 평균 거래가격은 ㎏당 1373원으로, 관측이 시작된 2013년 이후 가장 높은 가격을 형성했다. 평년(862원)보다는 59.2% 비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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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 농가들은 이른 장마에 적당한 수확기를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감자가 고온다습한 날씨에 쉽게 상해버리는 특성이 있어 수율도 하락했다. 권민수 록야 대표는 “몇 년 전만 해도 감자 한 줄기에 다섯 알이 달렸지만 지금은 세 알만 나오는 수준”이라며 “비가 오면 포장과 운송 작업에도 차질이 생겨 출하량 감소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오이도 출하량이 줄면서 가격이 오르고 있다. 오이 가격은 평년(1115원) 대비 43.7% 오른 ㎏당 1603원에 거래됐다. 감자와 오이 가격의 급등은 변화무쌍한 날씨의 영향이 컸다. 3월 이른 더위, 4월 쌀쌀한 날씨, 5월 봄비, 6월 중순 폭염 등이 이어지면서 정상품의 비율이 하락했다.

A대형마트 채소 담당 바이어는 “오이 주산지인 충남과 경북지역에서 출하된 물량의 품질이 현저히 저하됐고 하우스에서 재배하는 오이는 폭염으로 착과에 문제가 생겼다”며 “곧바로 장마까지 이어져 여름 내내 오이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엽채류 피해도 우려

장마 초입이지만 농가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기상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장마 기간에 비가 짧고 굵게 내리는 스콜 현상이 반복되고 있어서다. “그동안의 장마가 작물 생육 속도에 영향을 미쳤다면, 스콜성 폭우는 재배지나 작물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 생산자들의 설명이다.

비가 내린 뒤에 폭염이 찾아오는 현상이 반복되면 작물이 기후에 적응하지 못해 줄기가 시들거나 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한 식자재 유통업체 관계자는 “폭우 피해를 본 품목의 경우 품질이 좋지 않다는 낙인이 생긴다”며 “심리적인 이유로 수요가 부진해져 경매 가격이 떨어지기도 한다”고 했다.

일부 지역에 비가 집중적으로 퍼붓는 스콜성 소나기는 특히 엽채류 생장에 최악의 조건이다. 상추처럼 표면이 얇은 엽채류는 물을 많이 맞으면 녹아버릴 수 있고 거센 비에 잎이 찢어지기도 한다. 비를 피해 하우스에서 기른다고 하더라도 침수 위험을 피할 순 없다.

실제로 호남지역을 중심으로 많은 비가 내렸던 6월 마지막 주(6월 26~29일)에는 상추 가격이 날마다 상승 궤적을 그렸다. 29일 도매 시장에서 국내산 상추 거래가격은 ㎏당 3910원으로 전주보다 34.7% 올랐다. B대형마트 채소 담당 바이어는 “7월은 휴가철이 있어 상추 수요는 증가하는데 장마로 공급이 감소하는 시기”라며 “상추 시세는 계속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