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를 비핵화하지 못하면 가까운 시일 내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심각한 분쟁이 벌어질 수도 있다.”

키릴 바바예프 중국과현대아시아연구소 소장은 지난 20~24일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열린 ‘2023 몽골리아 원코리아 국제포럼’에서 이렇게 경고했다. 바바예프 소장은 “미·중 갈등,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국제 안보가 매우 불안하다”며 “한반도의 경우 남북한 양측이 협력하려는 움직임조차 보이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원코리아 국제포럼은 비영리 시민단체(NGO)인 글로벌피스재단(GPF)과 통일을실천하는사람들, 원코리아재단 등이 2016년부터 한반도 통일을 주제로 개최하는 콘퍼런스다. 몽골 NGO 블루배너와 한반도몽골리아포럼이 공동 주최자로 참여한 이번 행사는 ‘한반도 통일과 동북아시아 평화와 개발’을 주제로 삼았다.

‘한반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서인택 통일을실천하는사람들 공동상임의장은 “대북 정책을 둘러싸고 진보와 보수 양쪽으로 나뉘어 싸움만 하고 있다”며 “새로운 국가를 만들고자 했던 3·1운동 정신을 이어받아 통일 운동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민간 싱크탱크 차하얼학회 소속인 대닝 왕 박사는 “몽골 속담 중에 호수가 평온해야 오리도 평안하다는 말이 있다”며 “지정학적 긴장감을 낮춰야 각국이 발전과 성장에 집중할 수 있다”고 했다.

몽골의 중재 역할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엘레나 보이코바 러시아과학원 선임연구원은 “몽골은 어떤 국가와도 분쟁 관계가 없는 독특한 나라”라며 “미국 중국 러시아 등 강대국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몽골은 남북 동시 수교국이다. 최근에는 한·미와 외교 국장급 회의를 처음 열고 3국 간 협력을 강화 중이다.

이번 원코리아 국제포럼은 몽골 외교부가 매년 6월 주최하는 ‘울란바토르 대화’ 포럼과 연계해 열렸다. 한·미·일, 유럽연합(EU) 등 각국 전문가들이 한데 모여 동북아 안보를 논의하는 자리다.

울란바토르=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