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 칼럼] 공매도는 악의 축일까
공매도를 사라져야 할 적폐처럼 여기는 개인투자자가 많다. 이른바 ‘공매도 세력’이란 것이 존재하고, 이들이 개미들이 많이 산 종목을 공격해 주가를 떨어뜨린다는 논리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올 3월 외신 인터뷰에서 공매도 전면 재개를 검토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자 온라인 주식투자 카페 게시판이 이 원장에 대한 성토글로 도배되기도 했다.

지난 14일 발생한 ‘무더기 하한가 사태’는 오히려 공매도가 불가능할 때 주가조작 세력이 활개 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국내에서는 코스피200지수와 코스닥150지수에 속한 종목만 공매도를 할 수 있다. 이들을 제외한 2000여 개 종목은 공매도가 불가능하다. 하한가 사태를 겪은 5종목(동일산업, 만호제강, 대한방직, 방림, 동일금속)은 모두 공매도 대상이 아니었다.

'가격 발견 기능' 인정해야

주가조작 의심 세력은 거래량이 적고 자산가치가 높은 종목을 2~3년간 꾸준히 매입하는 식으로 주가를 끌어올렸다. 실적이 하락했음에도 주가는 3년 반 동안 160~310% 상승했다. 만호제강의 경우 2020년 초 1만5750원에서 하한가를 맞기 직전인 13일 6만5400원까지 올랐다. 이 회사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억원으로 전년 대비 80% 감소했다. 3년여간 주가가 160% 뛴 대한방직은 2021년 5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가 지난해 적자로 돌아섰다. 4월 발생한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發) 주가 폭락 사태 때도 하한가를 맞은 8종목 중 대성홀딩스, 선광 등 6개가 공매도 불가능 종목이었다.

끝 모르고 오르던 주가는 금융당국 조사를 예상한 일부 투자자가 대량 매도에 나서며 속절없이 추락했다. 만약 이들 종목에 대한 공매도가 가능했다면 가격 급등 과정에서 공매도 물량이 증가해 상승폭이 줄거나 주가가 제자리를 찾아갔을 가능성이 높다. 양방향으로 수익을 내야 하는 롱쇼트 펀드매니저들이 특별한 호재가 없는데도 주가가 오른 종목을 그대로 놔둘 리 없기 때문이다.

형평성 맞게 제도 개선 필요

실적 대비 적정 주가를 찾게 해주는 ‘가격 발견 기능’은 공매도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이다. 당국의 규제 없이도 시장 참가자들이 알아서 시장 과열을 막기 때문에 효율적이기도 하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녈(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위해서도 공매도가 전면 허용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MSCI는 한국이 공매도를 일부 종목만 허용해 시장 접근성이 떨어진다고 했다.

다만 공매도 전면 허용에 앞서 개인투자자와 기관·외국인투자자에게 달리 적용되는 기준은 손 볼 필요가 있다. 공매도 시 담보 비율이 기관·외국인은 105%지만 개인은 120%다. 공매도 상환기간 역시 기관·외국인은 120일인 반면 개인은 90일이다.

이 같은 차등 기준이 공매도에 대한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킨다는 지적이 많다. 개인과 기관의 신용도가 같을 수 없기 때문에 차등을 둬야 한다는 주장이 있지만 미국 등 자본시장 선진국은 똑같은 기준을 적용한다. “국내 주식시장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개미들의 한탄이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제도 개선에 대한 당국의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