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中 경기 부양' 기대감 후퇴하는데 현대제철 '매수 추천'…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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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부양책보다 아시안게임 앞둔 철강생산 규제 기대”
“PBR 0.2배 불과한 저평가 매력에…실적 개선도 이어질 것”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열연강판 공장.  /현대제철 제공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열연강판 공장. /현대제철 제공
포스코그룹이 2차전지 소재 사업을 적극적으로 키우면서 현대제철이 우리 주식시장에서 시가총액이 가장 큰 순수 철강주가 됐습니다. 지지부진한 철강 시황 탓에 주가는 많이 눌려 있는 상황이죠.

이달 들어 중국의 경기 부양과 우크라이나 재건 수요 유입 가능성이 기대되기도 했지만, 수익률은 그저 그렇습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9일 현대제철은 3만330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이달 들어선 이후 2.15% 상승한 수준입니다. 결과적으론 주가가 제자리 걸음 수준이지만, 중국의 경기 부양 기대가 고조된 지난 14일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료 가능성이 제기된 26일엔 주가가 각각 3.28%와 4.57% 상승했습니다.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면서 주가가 뒷걸음질 친 겁니다.
[마켓PRO]'中 경기 부양' 기대감 후퇴하는데 현대제철 '매수 추천'…왜?
우크라이나 재건 수요 기대감은 ‘해프닝’에 가깝습니다. 용병기업의 반란을 러시아의 국력 소진으로 해석하며 전쟁 종료가 가까워졌다는 기대가 부상한 건데, 아직 불확실성이 큽니다. 실제 전쟁이 끝나간다는 희망 섞인 전망이 처음 나온지도 반년이 넘었죠. 또 전쟁이 끝나고 재건이 시작돼도 한국산 철강이 우크라이나에 공급될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 철강 섹터를 담당하는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우크라이나 근처에서도 철강이 많이 생산된다”고 말합니다.

우크라이나 재건이라는 새로운 수요가 더해지는 효과는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유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우크라이나 재건과 관련한 철강 수요에 대해 “인프라 및 건설만 따져도 29조~30조원의 철강재가 필요하다”며 “신규 수요가 전 세계 철강 수요의 2~3% 규모”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26일 주식시장에서는 이유진 연구원의 보고서가 한국산 철강 공급 가능성으로 해석되며 현대제철뿐 아니라 중소형 철강유통회사들의 주가도 함께 치솟았습니다.

中 부양 기대 후퇴했지만…“아시안게임 앞두고 생산규제 기대”

중국 이야기는 중요합니다. 글로벌 철강 수요의 절반을 차지하는 나라로, 국제 철강 가격의 표준으로 중국의 내수유통가격이 사용될 정도입니다.

실망으로 바뀌었지만, 중국의 부양 기대감은 구체적이었습니다. 중국의 경제지표 부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지난 13일 단기‧중기 금리인 7일물 역환매조건부채권(역레포) 금리와 단기유동성지원창구(SLF) 금리가 각각 0.1%포인트 인하됐습니다. 이튿날에는 중국 정부가 부동산과 내수시장을 살리기 위해 최소 12개 조치를 취하는 부양책 패키지를 준비하고 있다는 블룸버그통신 보도가 전해졌습니다.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는 데는 1주일이 걸렸습니다. 단기‧중기 금리를 인하되자 금융시장은 LPR도 0.1%포인트 이상 인하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기대치의 하단만큼만 인하가 이뤄지자 중국의 부양 의지를 의심하기 이른 겁니다.

그래도 증권가에서는 철강 시황 회복의 계기가 중국에서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박광래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에서의 수요 증가보다는 공급 감소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는 “중국 정부의 철강 공급에 대한 규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며 “올해 하반기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최가 예정돼 있어 예년보다 더 강도 높은 생산 규제가 실시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중국 정부의 철강 생산 규제는 2010년대 중반부터 시작됐습니다. 과잉투자로 자국 내에서 생산된 철강을 모두 소비하지 못하고 밀어내기식으로 수출해 글로벌 철강 시황을 망가뜨리면서 외교 분쟁으로까지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2016년에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의 의제로 오를 정도였죠.
[마켓PRO]'中 경기 부양' 기대감 후퇴하는데 현대제철 '매수 추천'…왜?

“실적 회복세 이어지는 가운데 저평가 매력까지”

만성적인 공급 과잉으로 철강사들의 주가는 오랫동안 짓눌려 있었습니다. 현대제철만 해도 2010년대 중반 이후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5배 이상으로 올라가는 일이 드물었습니다. 지금은 0.2배대에서 거래되고 있고요.

현대제철에 대해 ‘매수’ 투자의견을 제시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들도 ‘저평가 매력’을 강조합니다. 이동헌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대제철에 대해 “분명 지금이 가장 싸다”며 “시황 반전 구간에서 가장 부담없이 매수할 수 있는 철강 종목”이라고 평가합니다.

작년 하반기 크게 악화됐던 실적은 올해 들어 회복하기 시작했고, 이 추세는 계속 이어질 전망입니다. 이현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현대제철의 2분기 제품 판매량 전망치로 503만톤(t)을 제시하며 “2021년 2분기 이후 처음으로 500만톤대를 회복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반기에는 판매 규모가 큰 자동차강판과 조선용 후판 가격 인상 가능성도 있습니다. 박성봉 하나증권 연구원은 “상반기에 큰 폭으로 인하됐던 현대차그룹에 공급하는 자동자강판 가격은 하반기 협상을 통한 인상 가능성이 높다”며 상반기에 소폭 인상에 그친 조선용 후판도 하반기 추가 인상을 기대했습니다.

한경우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