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내용물에 약물 복용 흔적도 없어"…법의학 쟁점 공방 예고
무기수 김신혜 변호인 "양주에 수면제 희석? 법정서 시연하자"
친부 살해 혐의를 받는 무기수 김신혜(46) 씨의 재심 재판에서 '수면제 탄 양주'가 범행 도구로 쓰일 수 있는지 시연해보자는 요구가 나왔다.

28일 오전 광주지법 해남지원 형사1부(박현수 지원장) 심리로 열린 재심 공판준비기일에서 김씨의 변호를 맡은 박준영 변호사는 "약물을 양주와 함께 먹게끔 하는 게 굉장히 어렵다.

희석도 잘 안된다"며 이같이 제안했다.

박 변호사는 "10분 안에 확인 가능할 것"이라며 "다량의 약물을 양주에 희석해서 먹는 데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법정에서 확인해보자"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관련 알약과 도구를 증거물로 신청했다.

김씨 측은 '사망자의 위 내용물에 다량의 약물이 복용한 흔적이 없었다'는 부검 결과를 토대로 2000년 사건 당시 부검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장을 증인으로 신청하며 법의학적 쟁점을 둘러싼 공방을 예고했다.

박 변호사는 "국가기록원으로부터 부검 감정서에 위 내용물을 촬영한 사진이 첨부된 사실을 확인했다"며 "부검의가 화질이 좋은 사진 원본도 보관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씨 측은 경찰 수사 과정에서 의견조회에 응한 제약회사 소속 약사도 증인으로 신청했다.

이밖에 2000년 당시 김씨와 함께 경찰서 유치장에 있었던 입감자, 경찰서 방문을 동행했던 지인 등을 증인으로 신청한 김씨 측은 경찰의 강압수사와 가혹행위 등을 입증하겠다고 주장했다.

오랜 기간 일관되고 구체적으로 무죄를 호소해온 정황을 입증하기 위해 청주여자교도소에서 김씨와 많은 대화를 나눴던 교도관도 김씨 측은 증인 신청자 명단에 올렸다.

김씨 측은 사망자가 치통으로 평소 진통제와 항생제를 먹었다는 증언 등이 담긴 2001년과 2003년의 방송 시사 프로그램도 증거물로 채택해 법정에서 시청할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이런 주장을 반박할 법의학 자문 감정 결과 등을 제출하고, 10여 명의 증인을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김씨는 2000년 3월 전남 완도에서 아버지에게 수면유도제가 든 술을 마시게 하고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기소돼 2001년 3월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이후 김씨는 "동생이 죽인 것 같다"는 고모부 말에 거짓 자백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고, 경찰의 부적법한 수사가 인정되면서 2015년 11월 재심이 결정됐다.

재심 재판은 2019년 3월부터 시작됐으나 김씨 측이 변호인 교체와 국선변호인 선임 취소 등을 하면서 연기됐다.

법원은 지난해 4월 김씨가 불출석한 상태에서 사건 담당 경찰관들에 대한 증인신문을 한 뒤 김씨의 심신장애를 이유로 공판 절차를 중지했다가 지난달 재개했다.

다음 재판은 다음 달 17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