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 15년 만의 최저가 CJ ENM…체질 개선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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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0년간 기업 실적은 평탄하게 나왔지만
TV 홈쇼핑 등 구산업 의존으로 기업가치 '뚝'
티빙, 피프스시즌 등 신성장 동력은 첩첩산중

"신중하게 접근해야" vs "하반기 주가 개선"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설치된 티빙 광고판. 연합뉴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설치된 티빙 광고판. 연합뉴스
CJ ENM 주가가 추락하고 있다. 2014년 최고가 대비 7분의 1 토막이 났다. 문화 산업의 무게중심이 미디어에서 엔터·콘텐츠로 이동할 때 체질 개선을 빨리 하지 못하고 미디어 매출에 안주했던 게 근본 원인으로 꼽힌다. 최근 CJ ENM은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다양한 신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이르면 올 하반기가 주가 회복이 가능할지를 가늠하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CJ ENM이 지난 27일 6만3700원에 장을 마쳤다. 2008년 12월 15일(6만3287원) 이후 가장 낮은 가격이다. 28일 주가도 오전 11시 30분 현재 1.26% 내린 6만3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 회사 주가는 2014년 1월 2일 42만6100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찍은 뒤 줄곧 내리막을 걸었다. 시가총액은 2017년 분사시킨 스튜디오드래곤과 합쳐도 JYP엔터테인먼트보다 작다. CJ ENM과 스튜디오드래곤의 합계 시가총액은 3조0291억원(27일 종가 기준)이고 JYP엔터는 4조4336억원으로 차이가 1조원이 넘는다.

주가가 곤두박질친 게 실적 때문만은 아니다. CJ ENM의 매출은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7.4% 성장했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부진으로 연평균 6.8% 하락했지만, 2013~2021년으로만 따지면 연평균 1.8% 성장했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상승률 평균(1.2%)보다 높았으니 현상 유지는 한 셈이다. 돈은 과거와 비슷한 수준으로 벌고 있는데 주식시장에서 평가 받는 기업가치가 속절없이 추락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CJ ENM 주가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을 "기업 체질 개선이 너무 늦어졌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CJ ENM의 매출은 크게 커머스, 미디어플랫폼, 영화드라마, 음악으로 나뉜다. 커머스는 TV 홈쇼핑, 온라인몰 등 비대면 판매 사업이다. 미디어플랫폼은 TV 광고, 케이블TV 수신료, OTT 등이다. 음악은 음원, 콘서트, 연예인 육성 부문이며 영화드라마는 영상 콘텐츠 판매다.
CJ ENM 주가 그래프(2014년 초부터 최근까지)
CJ ENM 주가 그래프(2014년 초부터 최근까지)
문제는 매출의 많은 부분을 여전히 구산업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게 커머스에서 TV 홈쇼핑이 차지하는 비중이다. 지난해 CJ ENM의 TV 홈쇼핑 매출은 4925억원으로 커머스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6.3%에 달했다. 커머스 매출에는 전자상거래도 포함되는데 이 부문 매출이 늘고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커머스 전체 매출액이 최근 약 10년 동안 연 1조~1조5000억원 사이에서 오르내리고 있다는 게 이를 잘 보여준다. CJ ENM은 이 기간 폭발적으로 커진 온라인 커머스 시장의 성장에 올라타지 못했다.

미디어플랫폼 매출은 TV 광고와 케이블TV 수신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을 넘는다. OTT 티빙도 여기 포함되지만, 티빙은 지난해에만 400억원의 적자를 냈다. 이 적자를 TV 광고 등이 메우고 있다. TV 광고 수입이 점차 감소하고 있기 때문에 OTT가 빨리 자리를 잡아야 하지만 상황이 쉽지 않다. "OTT 시장은 넷플릭스 천하"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올 정도로 토종 OTT로서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티빙이 언제 흑자 전환할 수 있을지 확답하기 어렵다.

영화드라마에서도 신사업은 번번이 고배를 마시고 있다. 이 부문에서는 지난해 1월 인수한 미국 콘텐츠 제작사 피프스시즌이 신성장 동력이다. 이현지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피프스시즌은 지난해 4분기에만 약 40억원 흑자를 봤고 이를 제외하면 계속 적자였다"며 "올해 피프스시즌에서 스물네 편 이상의 콘텐츠를 만든다고 했지만 이게 계획대로 될지도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작가조합(WGA)이 최근 파업을 하고 있고, 피프스시즌의 인력 구조도 비대해 CJ ENM이 피프스시즌을 컨트롤하기 어려워하는 것 같다"며 "스물네 편이 계획대로 나와도 적자에서 탈피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오디션 프로그램 ‘보이즈플래닛’을 통해 만들어진 보이그룹 제로베이스원. 보이즈플래닛은 CJ ENM의 음악 전문 채널 Mnet의 프로그램이다. CJ ENM 제공
오디션 프로그램 ‘보이즈플래닛’을 통해 만들어진 보이그룹 제로베이스원. 보이즈플래닛은 CJ ENM의 음악 전문 채널 Mnet의 프로그램이다. CJ ENM 제공
음악 부문에서는 연예인 육성 사업이 잠재력 있다. 그러나 이 사업은 CJ ENM의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작다. 지난해 CJ ENM 매출에서 음악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12.2%로, 이 매출이 기업 성장을 이끌기는 역부족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CJ ENM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3개월 전 2427억원에서 최근 906억원으로 급락했다. 순이익은 같은 기간 892억원에서 -458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김소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CJ ENM은 주가 상승여력이 크지 않기 때문에 보다 구체적인 사업 개선 신호가 나타날 때까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은정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향후 TV 광고 시장, 티빙 유료 가입자 확대, 피프스시즌 수익 개선에 대한 전망은 아직 불확실성이 크다"고 했다.

올 하반기 상황 반전을 주시해야 한다는 관측도 있다. 최민하 삼성증권 연구원은 "피프스시즌의 새 콘텐츠 발표가 하반기에 쏠려 있고 티빙 구독자 수가 늘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하반기에는 상황이 개선될 수 있다"고 말했다.

CJ ENM 관계자는 "해외에서 티빙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며 "K팝을 테마로 한 애플리케이션 '엠넷 플러스'를 지난해 출시하는 등 디지털 전환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고 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