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교정 전문기업 툴젠이 3세대 유전자가위 기술(크리스퍼-카스9) 원천 특허에 대한 수익화에 본격 나서겠다고 밝혔다. 현재 이 기술을 활용하고 있는 국내 바이오업체들과 기술이전 등과 관련해 협상을 진행 중이며 마지막 수단으로 특허 소송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술을 활용한 초고가 신약인 희귀 유전성 빈혈 치료제 ‘엑사셀’이 오는 12월 미국에서 시판 허가를 받을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툴젠은 이에 따른 추가 수익도 예상하고 있다.

툴젠은 28일 보도자료를 통해 국내에서 유전자가위기술 원천 특허를 보유한 국내 유일한 기업으로 특허수익화에 본격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툴젠은 분할출원 전략을 통해 올해 상반기에도 추가로 특허를 등록해 현재 총 7건의 관련 특허가 국내에 등록된 상태다.

에마뉘엘 샤르팡티에·제니퍼 다우드나 교수가 이끄는 UC버클리대·빈대·샤르팡티에(CVC)그룹이나 MIT와 하버드대가 공동 설립한 브로드연구소 등도 아직 국내 특허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상태다. CVC그룹과 브로드연구소는 현재 툴젠과 유전자가위의 원천 특허를 두고 분쟁 중이다. 툴젠은 미국 유럽 중국 일본 인도 호주 싱가포르 등에서 총 25건의 해외 특허도 등록한 상태다.

툴젠은 현재 국내 바이오기업들과 특허 수익화 관련 협상을 시작한 단계다. 일부 업체의 경우 브로드연구소에 로열티를 지불하는 회사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CVC그룹, 브로드연구소와 특허분쟁에서 우위를 점한 툴젠 입장에선 국내 특허에 대한 수익화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이병화 툴젠 대표는 “다국적 농업기업인 몬산토, 생명공학분야 세계 1위 기업인 써모피셔, 네덜란드 작물생명공학기업 키진 등 유수의 바이오 기업에 18건의 기술이전계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냈다”며 "앞으로 우리나라와 미국의 원천특허 포지션 우위를 바탕으로 적극적인 특허수익화사업을 펼쳐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툴젠은 CVC그룹 브로드연구소 등과의 유전자가위 기술 최초 발명자를 가르는 미국내 저촉심사 1단계에서 지난해 10월 '시니어 파티'지위를 획득했다. 저촉심사는 2단계에 걸쳐 확정되며 시니어파티 지위자가 최종 승자가 될 확률은 72%다.

미국은 2013년 이전 특허에 대해선 등록순서가 아닌 누가 먼저 발명했는지(선발명주의)에 따라 특허를 부여하는 저촉심사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툴젠은 2020년 12월 두 기관을 상대로 '진핵세포에서 크리스퍼 유전자가위가 작동하는 발명'에 대한 저촉심사를 제기했다.

연말 미국에서 시판 허가가 예상되는 신약 엑사셀에 대해서도 툴젠은 상당한 로열티 수익을 기대하고 있다. 아직 저촉심사 2단계에 대한 심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엑사셀 시판을 앞두고 분쟁 대신 극적 합의가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툴젠 관계자는 "보통 대부분 미국 바이오 특허분쟁은 제품 시판전 합의가 이뤄지는 것이 일반적인 관례"라며 "CVC그룹 브로드연구소 등과 3자 합의, 양자 간 합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만약 합의가 이뤄진다면 엑사셀 시판에 따른 선급금, 단계별 기술료(마일스톤), 로열티 등의 수익도 클 것으로 전망된다. CVC그룹의 경우 유전자가위 원천기술에 따른 선급금 누적 수익만 13억달러(약 1조70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엑사셀은 전 세계 최초로 유전자가위 편집 기술이 적용된 신약이다. 미국 버텍스파마슈티컬스와 스위스 크리스퍼테라퓨틱스가 공동개발했다. 엑사셀은 유전자 가위를 활용해 수혈의존성 베타지중해빈혈과 겸상적혈구병을 치료한다. 겸상 적혈구 빈혈증은 적혈구 모양이 낫 모양으로 나타나는 유전자 돌연변이다. 겸상 적혈구는 쉽게 파괴돼 빈혈을 일으키고 모세혈관을 통과하기 어려워 혈관을 막기도 한다.

엑사셀이 주목받는 이유는 전 세계 최초의 유전자가위 편집 기술이 적용된 약이라는 점 외에도 현존하는 최고가 약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엑사셀 가격은 52억원에서 78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툴젠이 협상에 성공한다면 선급금, 마일스톤, 로열티 등으로 상당한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한편 유전자가위란 원하는 유전자를 찾아 잘라내는 기술로 다양한 난치병과 유전 질환 치료를 가능케 한 기술이다. 이 분야 연구 선구자인 에마뉘엘 샤르팡티에 교수와 제니퍼 다우드나 교수는 2020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했다.

BCC리서치에 따르면 3세대 유전자가위기술을 이용한 유전자편집시장은 2022년 33억 달러에서 연평균 22.3%로 성장해 2027년에는 92억 달러 규모의 성장할 전망이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이 기사는 바이오·제약·헬스케어 전문 사이트 <한경 BIO Insight>에 2023년 6월 28일 17시 00분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