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만난 10대 여학생의 극단적 선택을 방조한 혐의로 입건된 20대 남성이 지난 27일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했다가 경찰에 구속된 사실이 알려졌다. 이 남성은 부천의 모텔과 만화카페에서 10대 여학생과 2차례 성관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남성의 범행뿐 아니라 범행 장소로 만화카페가 알려지면서 "요즘 '제2의 룸카페'로 만화카페가 떠오르고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청소년들이 모텔처럼 이용하는 '변종 룸카페' 등 유해업소 출입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자 만화카페 등으로 옮겨온 이들도 늘어났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2011년 '청소년 출입·고용금지업소 결정 고시'를 제정하고 밀실이나 밀폐된 공간 등 구획된 시설 내에 화장실이나 침구, 침대 또는 시청 기자재나 성 관련 기구 등을 갖추고 신체접촉이 이뤄질 우려가 있는 업소에 청소년 출입과 고용을 금지했다. 하지만 모텔 형식의 룸카페를 청소년 대상으로 영업하는 사례가 잦아지면서 '룸카페가 청소년 일탈의 온상이 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에 여가부는 지난 2월 22일부터 3월 8일까지 지자체, 경찰, 민간단체와 함께 전국 룸카페 1098곳을 청소년 출입, 청소년 출입·고용금지업소 표기와 관련한 합동 점검했다. 그 결과, 전국에서 162곳이 적발됐다.

이후 여가부는 해당 업소들에 대한 위반 정도에 따라 수사·고발, 시정명령, 계도 등 개선 조치했다. 단속 과정에서 업주와 지자체, 경찰이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달라고 요청하는 경우가 늘자 여가부는 지난달 25일 '청소년 출입·고용금지업소 결정 고시'를 개정하고 규제 기준을 구체화했다.

바뀐 규정에 따르면 룸카페 운영시 청소년의 출입이 가능하게 하려면 통로에 접한 한 면이 투명창이어야 하며, 출입문도 바닥에서 1.3m부터 상단까지 전체가 투명창이어야 한다. 투명창을 가림막으로 가리거나 잠금장치를 설치해서도 해서는 안 된다. 이 같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영업할 경우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서울시 마포구 합정동 홍익대 인근에서 멀티방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단속이 강화된 이후 내부에 '과도한 애정행각을 금지한다'를 붙였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주 역시 "'청소년 출입이 불가능하다'는 문구를 명시해 뒀고, 룸카페 내부를 돌며 계속 예의주시하거나 신분증 검사를 철저히 진행하고 있다"고 전하면서 청소년의 출입을 철저히 막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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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방 단속이 강화되면서 만화카페에서 과도한 스킨십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는 반응이다. 낯 뜨거운 상황을 피하기 위해 만화카페를 운영하는 업주들과 프랜차이즈 업체에서도 인테리어를 바꾸고, 안내를 강화하고 있는 분위기다.

서울 시내 대학가 인근에서 만화카페를 운영하는 김모 씨(42)는 "최근 만화카페 내부를 개방된 형태로 밖에서 볼 수 있게 구조를 바꾸었고, 커튼도 비치는 시스루 소재로 전부 바꿨다"면서도 "10시 이후에는 철저히 청소년들을 퇴실 조치하고 있는데, 수위 높은 스킨십을 하는 이들도 있어 직원들이 수시로 청소하고 살펴보면서 막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 만화카페 내부에는 '지나친 스킨십 및 부적절한 행위 적발 시 형법 제245조에 의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다. 청소년 출입 가능 시간대에 벌어지는 신체접촉과 관련해 문제가 제기되고 있지만, 문제 행위를 일일이 막기는 어렵다는 게 업주들의 입장이다.

김 씨는 "일부 변종 룸카페 때문에 저희까지 매장 영업에 피해를 보고 있다"며 "구청 등에서 주기적으로 단속을 나오고 있는데, 손님들에게 (음란행위 등을) 하지 말라 해도 커튼 밑이 안 보이게 입구에 가방을 막아버리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인근의 다른 만화카페 사장 박모 씨(60)도 "룸카페에서 만화카페로 옮겨온 일부 사람들 때문인지 만화카페에 대한 단속도 심해져서 문 닫는 곳도 많고, 장사하는 게 더 힘들어지고 있다"고 한탄했다.

한편 룸카페 업주들은 단속 이후 이른바 '변종 룸카페' 이외에도 룸카페 자체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생겨났다며 매출에 타격을 입는 등 손해를 보고 있다는 목소리를 내놨다. 익명을 요구한 룸카페 협의회 관계자는 "룸카페는 유사성행위, 음란행위를 제공할 목적으로 마련된 공간이 아니다"며 "단속이 강화된 이후에 장사를 접으신 사장님들이 많아졌다"면서 그릇된 이미지로 가게 운영에 타격을 입는 부분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