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증거인멸 정황 충분히 확인"…29일 구속심사 박영수측 "근거 없는 진술이 기반…금품수수·약속 없었다" 부인
대장동 민간 개발업자들로부터 금품을 수수했다는 이른바 '50억 클럽' 의혹을 받는 박영수(71) 전 특별검사가 검찰 수사에 대비해 휴대전화를 파손한 것으로 전해졌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엄희준 부장검사)는 전날 박 전 특검과 양재식(58) 전 특검보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에 이 같은 정황을 담았다.
검찰은 박 전 특검이 검찰의 재수사를 앞두고 기존에 사용하던 휴대전화 내용물을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부순 사실을 파악했다고 한다.
또 주변인을 통해 사무실 내 PC 기록 등을 삭제하고, 서류를 폐기하는 등 증거를 인멸한 정황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박 전 특검과 양 전 특검보가 앞서 검찰에 소환된 대장동 사건 관계인들에게 접촉한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를 통해 조사 내용을 파악하거나 진술을 회유하려고 한 것으로 의심한다.
검찰 관계자는 "본인과 관계자들의 다양한 물적·인적 증거에 대한 인멸 우려 정황이 충분히 확인됐다"고 밝혔다.
박 전 특검과 양 전 특검보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은 29일 오전 10시에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박 전 특검의 영장심사는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양 전 특검보의 심사는 이민수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각각 맡는다.
검찰은 영장심사에서 고의적 증거인멸이 의심되는 정황을 부각해 구속 수사가 꼭 필요하다고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박 전 특검 측은 이미 충분한 수사가 이뤄진 만큼 증거 인멸이나 도주의 우려가 없으며, 혐의도 입증되지 않았다고 반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령이라는 점과 건강 문제 등도 거론하며 방어권 보장을 호소하리란 전망도 나온다.
박 전 특검 측은 검찰 수사에 대해 "관련자들의 회피적이고 근거 없는 진술에 기반한 것"이라며 "대장동 개발 사업에 참여하거나, 금융알선 등을 대가로 금품을 받거나 약속한 사실이 결코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검찰은 그간 확보한 압수물과 관계자 진술을 통해 혐의가 탄탄히 입증됐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박 전 특검이 2014∼2015년 우리은행 이사회 의장으로 재직하면서 대장동 개발사업과 관련해 남욱씨 등 민간업자들의 컨소시엄 관련 청탁을 들어주는 대가로 거액의 돈을 약속받고, 실제로 8억원을 받았다고 본다.
이 중 3억원을 2015년 대한변호사협회장 선거 자금 명목으로 받았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검찰은 남씨를 비롯해 김만배씨, 정영학씨 등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박 전 특검에게 (변협 회장) 선거자금을 대줬다"는 일관된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내용은 2020년 6월17일자 '정영학 녹취록'에도 등장한다.
당시는 박 전 특검의 인척이자 대장동 분양대행업체 대표인 이기성씨가 남씨에게 건넨 로비자금 42억5천만원을 돌려받겠다며 내용증명을 보낸 상황이었다.
녹취록에는 김씨가 이씨에게 "너 이제 그만해. 요번에 하면 진짜로 니네 형(박 전 특검) 변호사회장 나올 때부터 그런 것까지 다 나오면 어떻게 해. 남욱이가 그 당시에 돈 낸 거, 다 그 돈으로 넣은 거지. 네가 준 돈이 그렇게 왔지. 그만해라. 이러면 다 죽는다"라고 말했다고 정씨에게 전하는 대목이 담겼다.
검찰은 남씨로부터 "김씨가 '이기성이 자꾸 돈 달라고 하면 (박영수) 고검장님 선거자금 3억원 준 것을 갖고 너도 같이 협박하라'고 말했다"는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