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 유상증자에 급락한 SK이노베이션, 언제 반등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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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가치 희석 우려에 2거래일동안 8%↓
손익 가이던스 미제시 및 차입금 상환엔 부정적 평가
“희석 비율 1.7% 불과…관건은 SK온의 수익성”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 본사. 사진=허문찬 기자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 본사. 사진=허문찬 기자
최근 1조1777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한 SK이노베이션 주가가 이틀 연속 하락세입니다. 작년 발표한 친환경 사업으로의 전환을 추진할 투자 재원을 마련하고 재무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게 자금 조달의 목적이지만, 시장의 반응은 다소 차가왔습니다.

2차전지 자회사인 SK온을 국내 2위 배터리셀 제조업체로 올리는 과정에서 막대한 자금을 투입한 뒤 아직 수익성이 제대로 확보되지도 않았는데, 또 새로운 사업을 키우겠다며 주주들에게 손부터 벌리는 게 시장 참여자들은 못마땅한 모양입니다.

다만 증권가의 평가가 부정적이지만은 않습니다. 유상증자 결정이 공시된 이후 10개 증권사가 관련 보고서를 내놨지만, 투자의견이나 목표가를 하향한 증권사는 현대차증권과 키움증권 두 곳 뿐입니다. 새롭게 추진하는 친환경 사업의 성과 도출 시기가 불분명한 점과 조달 자금 일부가 부채 상환에 사용되는 점은 우려되지만, 탈(脫) 탄소 트렌드를 거스를 수 없는 만큼 필요한 일이었다는 겁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7일 SK이노베이션은 16만730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하기 직전에 주식시장이 마감된 지난 23일 종가와 비교하면 2거래일만에 8.38% 하락했습니다.
[마켓PRO] 유상증자에 급락한 SK이노베이션, 언제 반등할까

“성과 금방 안 나오는데…꼭 유상증자여야 했나”

주가 하락의 계기는 지난 23일 장마감 이후 공시된 1조1777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 결정입니다. 예정 발행가는 14만3800원으로, 공시 당일 종가(18만2600원) 대비 21.25% 할인됐습니다.

유상증자로 조달한 자금 중 8277억원은 기존 정유·화학 중심의 사업을 친환경 사업으로 개편하기 위해 투자한다고 합니다. 암모니아 기반의 수소 사업, 생활 폐기물 가스화 사업,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사업을 하는 타법인 주식을 취득하는 데 4092억원을, 나머지는 신규 그린사업 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R&D) 센터를 비롯한 신규 시설 구축에 4185억원을 각각 사용할 계획입니다.

앞서 SK이노베이션은 2021년 7월 파이낸셜스토리 행사를 통해 2025년까지 그린 사업에 30조원을 투자하고, 2026년 친환경 자산 비중을 70%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한 바 있습니다. 이번 유상증자 관련 컨퍼런스콜에서 친환경 자산 비중 70% 목표 달성 시기를 1년 앞당겼습니다.

하지만 신사업의 성과를 도출할 시기가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은 점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2년 전 SK이노베이션이 투자행사를 통해 ‘카본 투 그린(Carbon to Green)’을 내세운 친환경 사업 확대 계획을 발표한 뒤 주가가 42% 가량 하락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당시 제시된 가이던스가 숫자의 성과물로 연계되지 않았던 점이 주가 열위의 요인”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에도) 그린 사업 전환의 스토리는 장밋빛 미래를 제시했으나 손익 관련 가이던스는 제시하지 않았다”고 덧붙였습니다.

신사업의 성과 도출이 금방 나오는 것도 아는데 주주가치를 희석시키는 유상증자로 자금을 조달하는 자체에 대한 비판도 나옵니다. 정경희 키움증권 연구원은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OCF)가 아닌 유상증자로 타인자본을 상환한다는 점, R&D 강화를 위한 캠퍼스 건립 등에 유상증자를 활용한 점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라며 “기술 인력 및 임직원에 대한 성과 중심 보상 강화가 단기적으로는 더 가시적인 성과와 연동될 가능성이 있고, 임대나 기존 건물 활용 등 (자금을 조달할) 다른 방안도 가능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마켓PRO] 유상증자에 급락한 SK이노베이션, 언제 반등할까

“유상증자로 인한 주당 가치 하락폭 1.7%”

그래도 새로운 친환경 사업 추진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입니다. 세계적인 트렌드가 석유 사용 감축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영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정유와 화학 등 고탄소 배출 산업군으로 인식되는 주력사업은 SK이노베이션 기업가치 측면에서 부정적”이라며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한 자금을 바탕으로 자체 사업이 구경제에서 신경제로의 변화가 나타난다면 중장기적 관점에서 밸류에이션 확장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장기적으로 배터리 투자 만큼이나 SK이노베이션의 그린 전환 전략은 중요하다”며 “실제 유상증자 구모도 우려만큼 크지 않아 최근 자회사 가치 재평가로 (주주가치) 희석 영향을 상쇄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번 유상증자로 SK이노베이션의 보통주 주식수는 8.9% 늘어납니다. 하지만 이진호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채무상환 및 (SK온의) 사전 기업공개(Pre IPO)로 유입되는 자금을 고려하면 (희석 규모를) 일부 상쇄할 수 있다”고 판단합니다. KB증권은 이번 유상증자로 인한 주당 가치 하락 폭이 1.7% 수준으로 추정하며 주가 하락을 매수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앞서 석유화학 중심의 사업구조의 재편하며 유상증자에 나섰던 한화솔루션과 롯데케미칼이 유상증자 발표 이후 주가가 하락했지만 30거래일 정도의 시간을 두고 주가가 회복했다는 설명도 눈에 띕니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번 SK이노베이션의 주식수 증가 비율이 한화솔루션(20%) 및 롯데케미칼(25%)보다 미미한 수준”이라며 “투자심리 약세가 장기화되거나 파급효과가 크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유상증자로 인한 악영향이 지나가고 나면 다시 SK이노베이션의 주가 흐름은 SK온의 수익성이 좌우할 전망입니다. 조 연구원은 “작년 이후 SK온의 자금 조달 차질 및 사전 기업공개 지연, 수율 불안정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직간접적으로 SK이노베이션의 유상증자까지 귀결됐다”며 “향후 12개월 동안 주가의 핵심 변수는 SK온의 수익성 개선 여부에 보다 집중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한경우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