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영 용산구청장 석방 후 첫 재판…유가족 "사퇴하라"
박희영(62) 서울 용산구청장이 26일 석방 이후 첫 재판에 출석하며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충돌했다.

유가족은 박 구청장이 구청장직을 유지할 경우 구청 직원들이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도 사실대로 진술하지 못할 수 있다며 사퇴를 촉구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배성중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업무상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기소된 용산구청 공무원들의 두 번째 공판을 열었다.

박 구청장과 최원준(59) 전 용산구청 안전재난과장이 보석으로 풀려난 지 19일 만이다.

오후 2시20분께 박 구청장이 법원 청사에 도착하자 상복 차림의 유가족 3명이 박 구청장에게 달려들었다가 법원 직원들에 의해 제지됐다.

박 구청장은 '공황·불안장애를 호소했는데 출근과 업무에는 문제가 없느냐', '분향소를 찾을 계획이 있느냐' 등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지 않은 채 법정으로 들어갔다.

유가족은 법정에서 "업무상과실치사상이 아니라 살인죄다", "네 자식이 있었다면 그렇게 늦게 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판이 끝난 뒤에도 "이 사건을 중대하게 다뤄달라. 유가족을 기억해달라. 멀쩡히 출근하는 박희영을 기억해달라"고 외쳤다.

박희영 용산구청장 석방 후 첫 재판…유가족 "사퇴하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이날 오전 서울서부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사태를 책임지지도 않으면서 건강을 이유로 석방된 박 구청장은 구청장으로서 직무를 수행할 자격도 능력도 없다"며 사퇴를 요구했다.

희생자 진세은 씨의 고모 진창희 씨는 "구청장직을 유지하는 건 법원에 증인으로 출석해야 하는 공무원에게도 압박이 된다"고 지적했다.

참사 당시 핼러윈데이 종합상황실·당직실 운영을 맡은 김낙구 용산구청 행정지원과장은 증인으로 출석해 사고 나흘 전 확대간부회의에서 박 구청장이 표창을 수여하고 회의 초반 떠났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당시 회의에서 '이번에는 방역도 해제돼 사람이 많을 것이다.

안전이 중요하다'는 유승재 부구청장의 발언이 기억나느냐는 질문에는 "구체적인 사항과 어떤 지시를 내렸는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재판부는 "피해자 변호인이 재난안전상황실이 제대로 운영되지 못했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냈는데 재판부도 이 사건의 가장 중요한 쟁점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김 과장은 '핼러윈데이 대규모 인파 통제나 해산을 용산구에서 해야겠다고 생각한 적 있느냐'는 박 구청장 측 변호인 질문에 "행정 공무원이 하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박희영 용산구청장 석방 후 첫 재판…유가족 "사퇴하라"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