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랏돈이 새는 현장은 지방공항뿐만 아니다. 수도권 경전철 중에도 예산 낭비 사례가 적지 않다. 의정부경전철과 용인경전철이 대표적이다. 이들 경전철은 사업 추진 당시 예상에 비해 이용객이 현저히 적어 10년 넘게 ‘적자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당시 수요예측이 엉터리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지난달 의정부경전철의 하루 이용객은 5만3103명이었다. 2012년 개통 첫해(하루 약 1만5000여 명)보다 증가했고, 하루 이용객 기준으론 개통 후 최대였다. 그런데도 여전히 손익분기점(약 12만 명)보다는 한참 낮다. 당초 의정부시는 하루 평균 7만9000여 명이 이용할 것으로 예상하고 이 경전철을 지었다.

2013년 운행을 시작한 용인경전철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용인시 의뢰를 받은 교통개발연구원(현 한국교통연구원)은 하루 이용객이 16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개통 후 한동안 실제 이용객은 1만 명에 불과할 때가 많았다. 지금도 하루 이용객이 3만 명 수준에 그친다. 출퇴근 시간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이용객이 거의 없어 열차 안이 텅 비어 있을 때도 있다.

수요 예측 실패로 이들 경전철이 ‘세금 먹는 하마’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용인경전철과 의정부경전철은 민자유치 사업이지만 각각 약 1000억원, 약 800억원의 국비가 투입됐다. 용인경전철은 매년 수백억원의 적자를 내고 있고, 용인시가 예산을 들여 이 중 상당 부분을 부담하고 있다. 의정부경전철 사업 시행자는 3000억원이 넘는 누적적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개통 4년여 만인 2017년 파산했다. 현재 다른 사업자가 인수해 운영 중인데 여전히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실에 기반한 정확한 수요예측 없이 경전철 사업을 추진하면 용인·의정부 경전철의 사례가 언제든 재연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과다 수요예측이 이뤄진 것은 사업자의 낙관적인 편향이 강하게 작용했기 때문”이라며 “적격성 검사가 제대로 이뤄져야 했지만 의정부경전철과 용인경전철은 민자사업 초기에 추진되다 보니 노하우 없이 비싼 수업료를 내게 됐다”고 말했다.

박상용/허세민 기자 yourpencil@hankyung.com